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A교사는 목전에 다가온 등교 개학을 앞두고 책상 배열을 맞추고 가림판을 설치하는 등 부랴부랴 방역 준비를 하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A교사는 18일 “사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면 100% 방역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수업시간은 그렇다 쳐도 아이들이 화장실 가거나 하는 것까지 어떻게 통제가 되겠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대전에서 고3 담임을 맡은 B교사도 “밥 먹을 때 분명 아이들이 이야기할 텐데 감염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되는 순차 개학을 앞두고 학생·학부모·교사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올라온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국민청원은 23만명을 넘어섰다.
교육 당국은 ‘고3 입시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학생·학부모 일각의 의견은 다르다. 서울 은평구 고등학교에 다니는 장모(18)양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데 숨 쉬기도 어렵고 안경에 김이 서려 공부할 때 계속 신경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40대 직장인 배모씨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아이 대학입시는 죽 쑤는 거다”고 걱정했다.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A교사는 “확진자가 발생해서 일부 학교만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일부 학생만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 학교·학생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고3 양모(18)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모든 학생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건지, 이후 점수 산출은 어떻게 할 건지 등에 대한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답답해 했다.
실현 불가능한 정책도 적지 않다. 교육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격일·격주제 수업은 불가능하다는 게 상당수 교사들의 의견이다. A교사는 “학교에서 근무하지 않는 사람이 내놓은 정책이 분명하다”며 “나만 해도 여러 학년 수업을 맡는데, 격일·격주로 하면 시간표를 짤 수가 없다”고 전했다. 서울 강북구 고교 C교사도 “일수를 나누면 어느 학급은 어떤 과목을 더 듣고, 어떤 학년은 어떤 과목을 덜 듣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부터 등교가 시작되면 학생들은 매일 등교 전 자가진단 사이트에 몸 상태를 입력해 보내야 한다. A교사는 “발열체크를 해놓고 학교에 안 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빙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 오기 싫은 학생이 얼마든지 증상을 속일 수 있는 것이다. A교사는 “조금만 열이 나도 오지 말라는 게 지침인데다 일일이 확인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왕 개학이 확정된 만큼 정확한 지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A교사는 “대책을 준비해 내려주는 것도 아니고 뉴스로만 정책을 확인하는 데 지친다”며 “각 학교가 대응하라는 무책임한 말을 하기보다는 교육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보현 최지웅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