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박혜상 “DG 러브콜만 3년… 선물 같은 기회”

입력 2020-05-18 17:03 수정 2020-05-18 17:14
소프라노 박혜상. 크레디아 제공


지난 15일 오후 10시 세계 최고의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DG) 유튜브 채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콕’ 클래식 팬들을 위해 DG가 선보인 무관중 온라인 공연 ‘모먼트 뮤지컬’에서 한국어 가곡이 울려퍼졌다. 이날 젊은 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서정적이고 화려했으며, 때로 격정적이기도 했다.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천사 같은 목소리” “선물 같은 음성”이라는 댓글 세례를 받은 주인공은 박혜상(32). 독일 베를린의 유서 깊은 마이스터홀에 붉은빛 롱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박혜상은 작곡가 나운영의 ‘시편 23편’과 김주원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최진의 ‘시간에 기대어’ 등 한국 성가와 가곡을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 등 유명 가곡들과 함께 60분간 선보였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 중인 박혜상은 17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인이기에 당연히 한국곡을 골랐을 뿐인데, 자랑스러웠다는 한국 팬분들의 반응을 보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날 독창회는 박혜상의 DG 합류를 기념해 기획된 것이다. 박혜상은 지난 14일 DG와 전속계약 소식을 전하며 한국 음악계를 들썩이게 했다. 한국인으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이어 두 번째로, DG는 박혜상을 3년 전부터 주시해 오다 지난해 정식으로 계약을 제안했다.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DG 회장은 “박혜상은 과거와 현대의 시대정신을 특별하게 연결하고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서울대와 미국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한 박혜상은 2015년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2위에 오르며 스타덤에 올랐다. 빼어난 가창력과 수려한 외모, 타고난 근성을 지닌 그는 2015년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 ‘영 아티스트’로도 활동했다. 강렬한 콜로라투라와 따뜻하고 밝은 리릭을 오가는 그는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독일 베를린 코미쉐 오퍼 등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오페라계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았다.


소프라노 박혜상. 크레디아 제공


박혜상은 “이번 무관중 공연 첫 곡이었던 바로크 음악 ‘음악은 잠시동안(Music for a while)’은 MET ‘영 아티스트’에 합격한 곡이기도 했다”며 “당시 다른 경쟁자들과 달리 오페라 아리아가 아닌 이 곡을 골랐다. 가장 자신 있는 곡이기도 했지만 틀에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전을 즐기는 성격인 데다 틀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성악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박혜상은 MET에서 ‘헨젤과 그레텔’의 그레텔,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로 주역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지난 10년간 여행 가방을 들고 수많은 해외 무대를 누볐던 터라 요즘처럼 몇 달씩 집에 머무르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노력파’답게 성악가로서 필요한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

DG의 ‘노란 딱지’를 달고 나올 그의 데뷔 앨범은 올가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발매될 예정이다. 11월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포함한 국내 투어도 계획 중이다. 박혜상이 “레퍼토리를 10번 이상 바꿀 정도로 공들였다”고 전한 첫 앨범의 키워드는 ‘경계’와 ‘조화’였다. 그는 “내 자신이 경계선에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서양과 동양, 클래식과 현대 음악,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다”면서 “앨범은 그런 가치들을 아우르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