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매년 홍콩 자치 수준 평가
CNN “국무부 보고서 제출 미뤄”
미·중 갈등, 전방위 확산
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번엔 홍콩 자치 문제를 꺼내들었다. 홍콩 내 자국 언론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간섭을 문제삼으면서 중국 정부의 통치 원칙을 거론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중국이 홍콩에 있는 미국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미국 언론인들은 선전집단이 아닌 자유언론의 일원으로 이들의 가치 있는 보도는 중국 시민과 전 세계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홍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국의 어떤 결정이든 일국양제 및 홍콩 지위에 관한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중국의 통치 원칙으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홍콩과 1999년 귀속된 마카오에 적용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는 대만 통일의 원칙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 내 자국 언론인들이 어떤 통제와 간섭을 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미국 언론인을 추방한 뒤 나온 가장 최근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월 중국 5개 관영매체를 정부 통제를 받는 외국사절단으로 지정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베이징에 주재하는 미국 주요 매체 기자들을 사실상 추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홍콩 발언은 양국의 언론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미 행정부는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에 부여해온 경제·통상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말 미 의회를 통과한 홍콩민주주의인권법은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책임있는 인물의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자산을 몰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인권법이 미 의회를 통과했을 때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는 작업은 미 국무부가 맡고 있다. 그러나 최근 CNN 보도에 따르면 국무부는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 작성을 미루고 있다. 오는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고려하기 위해서다.
대중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우한 발생설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지난 16일 방송된 극우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팀원들을 투입할 것을 계속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면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미국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대중 압박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중국에 공장을 둔 미국 기업의 생산기지를 옮겨오기 위해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따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반격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