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의 또 다른 배후로 지목된 기업사냥꾼 이모(54) 회장이 과거 횡령 사건에 연루돼 유죄를 확정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속칭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모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이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에서 투자금을 받아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금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잠적한 이 회장의 소재를 추적 중이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회장은 2008년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스타엠 이사 겸 자회사인 스타엠플레닝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그는 2006년 스타엠의 자금을 스타엠플레닝에 대여하고, 이를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자신이 직접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계 감사 등에 적발될 수 있음을 고려해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그가 빼돌린 돈은 약 15억4800만원에 달했다.
이 회장은 스타엠 대표인 A씨와 함께 한 회사에 20억원을 투자하고 일부 자금을 몰래 돌려받은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해당 회사와 “B사 주식을 스타엠의 법인자금으로 20억원에 매입해 줄 경우 10억원은 대표이사인 A씨에게 몰래 다시 반환해 준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까지 작성한 뒤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A씨가 받은 자금의 일부를 받기로 하고 이 같은 행위를 벌였다.
당시 재판부는 대여하는 방식으로 돈을 이체한 뒤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점, 그 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점 등을 들어 이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스타엠에 10억원, 스타엠플래닝에 15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은 횡령 외에도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속칭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붙잡혀 징역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2010년~2011년 주거지 등에서 3차례에 걸려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투약한 마약의 종류와 횟수, 집행유예 기간 중 세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근신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들어 실형을 선고했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이 회장은 라임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이 회장이 라임으로부터 투자 받은 2000억원을 운용한 핵심인물인 만큼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에스모 주가 조작에 개입한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결탁해 부당 이득을 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코스닥 상장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모를 무자본 M&A한 뒤 주가를 조작해 부당한 시세차익 83억원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이모씨 등을 기소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