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으론 집 못 샀다”는데… 당시 성산동 시세 봤더니

입력 2020-05-18 16:29 수정 2020-05-18 16:48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23일 건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인 경기도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경기도 안성에 마련했다 반값에 처분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쉼터)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연 상임대표)은 2012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기부한 10억원으로는 당초 계획했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 단독주택을 구입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확인해본 결과 2012년과 2013년 성산동에는 198㎡(60평) 안팎의 단독주택 여러 채가 10억원 이하로 거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을 당시 서울 한복판에서 991㎡(300평) 이상의 넓은 부지를 구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현실성이 전혀 없는 사업계획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을 통해 2012~2013년 사이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이뤄진 단독주택의 시세를 살펴봤다. 그 결과 건축면적 50평 이상이면서도 10억 이하인 거래가 꽤 존재했다.

마포구 성미산로13길에 있는 연면적 174.2㎡(약 52평)의 한 단독주택은 2013년 9월 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정의연이 사업부지로 잡았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과 불과 1㎞ 이내에 있는 거리다. 이 건물은 2007년에 지어져 당시 매입했다면 수리에도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실거래가가 더 저렴한 매물도 있었다. 같은 시기 성산동의 한 단독주택은 연면적이 246.09㎡(약 74평)임에도 5억7000만원에 팔렸다. 건축연도가 1988년이라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지만 평당 500만원을 공사비로 써도 주택 매입과 리모델링 비용이 10억원에 못 미친다.

마포구에서 40년간 인테리어 사업을 해 온 한 관계자는 “2013년이면 수리 가격이 평당 50만원 수준이었다”며 “지금처럼 대리석같은 고급 자재를 쓰지 않고 합판이나 벽돌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연이 쉼터 후보지로 대지 면적이 300평 이상이면서 건축물 면적이 40평 이상 되는 장소를 서울 마포구에서 물색했다고 지난 17일 밝힌 점도 의아하다. 가격도 문제지만 넓은 부지를 찾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성산1동쯤 가야 100평 부지가 겨우 몇 개 있는데 300평이면 부지를 연달아 사야한다는 의미”라며 “아무 것도 없는 논밭을 사는 게 아니라면 당시에도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접근성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정의연은 안성 쉼터가 버스정류장과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용이했다며 선정 이유를 해명했다. 하지만 경기 외곽의 긴 배차 간격 등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할머니들도 주로 서울에 머물었기 때문에 안성 쉼터에 가는 일이 드물었다. 공간이 조금 협소해도 예산에 맞춰 서울에 쉼터를 만들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