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자영업 소득 감소 추정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지난 20년 새 최대 15%포인트 하락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노동소득분배율은 한국인의 전체 소득 가운데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가져가는 소득(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경제 구조가 노동소득분배 악화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주요국의 노동소득분배율 결정요인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자영업자까지 고려할 때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1996년에서 2017년 사이 10∼1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소득분배율 집계 방식은 그동안 경제학계 내에서도 적잖은 논란거리였다. 특히 자영업자의 소득을 어디까지 노동소득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이견이 계속돼왔다. 자영업자의 소득 역시 노동에 따른 결과인 만큼 임금 근로자와 똑같이 노동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과 자영업자 소득이 노동소득이라기보다는 이윤에 따른 자본소득 성격이 있다는 의견이 나뉘었다.
국내에서도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노동소득분배율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와 분배를 중시하는 해현학파 간 논쟁이 있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따라 문재인정부 핵심 경제정책 지표인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목표인 가계소득 증대의 결과에 대한 평가가 천지 차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 집계를 한국은행이 하고 있지만, 한은 집계에서는 자영업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 한은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62.9%로 1996년 62.4%보다 상승했다. 많은 나라에서 세계화 등의 영향으로 같은 기간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하지만 자영업 비율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표가 정확한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적지 않았다. 한국은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자영업 비율이 25.1%로 조사대상인 OECD 회원국 28개국 가운데 그리스(33.5%), 터키(32.0%), 멕시코(31.6%), 칠레(27.1%)에 이어 5번째로 높았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고려한 노동소득분배율 집계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모두 노동소득으로 간주하는 방식이 있고, 자영업과 자영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소득 구성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자영업을 제외한 노동소득분배율을 측정하는 방식(일본 내각부)이 있다. 자영업자의 평균 노동소득을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소득으로 가정한 방식(OECD·미국 노동통계국)도 있다.
연구원은 이 3가지 방식을 적용해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을 계산해보니 한은 발표와는 달리 1996년에 비해 10~15% 포인트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내각부의 집계 방식을 적용해보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998~2000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8~2010년 사이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은 “자영업 부문의 소득이 법인 부문 영업잉여나 피용자 보수와 비교할 때 더 많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도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보다 소득 측면에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한 대목이다.
연구원은 아울러 대외 개방이 노동소득분배율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012~2016년 패널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상품시장 개방이 금융시장 개방보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더 크게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반(反)세계화가 아니라 소득재분배 정책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