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더 달라더니” 오리온 ‘용암수’ 생산 중단 3개월째

입력 2020-05-18 15:25 수정 2020-05-19 10:53

‘먹는샘물 시장점유율 1위’ 제주 삼다수에 도전장을 냈던 오리온 제주 용암수(사진)가 판매 부진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 3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40여명에 이르는 제주지역 생산직 근로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오리온의 속앓이는 지난 2월 제주도와 염지하수 사용에 대한 가계약을 맺은 후 시작됐다.

당시 제주도는 ‘1일 취수량 200t’과 ‘국내 오프라인 점포 판매 허용’을 제안했다. 오리온은 판매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취수량 300t’과 ‘해외 및 국내 온라인 판매 허용’을 고집했고, 이를 토대로 가계약을 체결했다. 60년 이상 한국 제과업계를 이끌며 쌓은 유통 노하우가 있어 판매에는 자신이 있으니 취수량을 줄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허인철 부회장의 발언에서도 오리온의 포부가 읽혔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오리온이 제주 용암수 생산을 시작하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용암수를 업계 ‘빅3’로 성장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세계 생수 기업인 에비앙을 경쟁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도와 가계약을 체결한 지난 2월, 변수가 생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시작으로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수출 길이 뚝 끊긴 것이다.

용암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베트남에 71t(8000만원)이 수출됐을 뿐이다. 오리온이 당초 겨냥했던 중국 광동성과 광저우 등 남부 지역에서는 오리온이 샘플을 보내도 연락이 없는 상태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오리온 측은 지난해 8월 공장을 완공하고 11월 생산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집계가 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며 급기야 지난 3월16일부터는 공장 가동을 멈췄다.

오리온은 앞으로도 물류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제주도가 제안한 방향으로 정식 계약 체결을 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까지 계약 체결 시기나 생산 재개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러는 사이 제주지역 공장 근로자들은 일감이 사라지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오늘도 직원들이 출근은 했지만 일은 없는 상태”라며 “공장 가동이 여러 달째 멈추면서 이래저래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