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죽는 사람이 없게…” 강북 아파트 경비원 호소

입력 2020-05-18 15:24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경비원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주민의 폭행·폭언에 시달렸다고 호소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가 생전 남긴 육성 유언이 공개됐다. 가해자 A씨는 서울 강북경찰서에 출석해 11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공개된 유언에는 경비원 최씨가 “이런 억울한 일로 죽는 사람이 다신 없도록 해주시고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며 절박하게 호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2개의 음성 파일에서 “엄청 당했습니다”라며 “신문, 방송을 다 불러 얘기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울먹였다. 입주민 4명을 언급하며 “이분들을 믿고 하늘나라로 갈 테니 나머지를 잘 맡아달라”고도 말했다.

육성 유언에는 최씨가 당했던 폭언·폭행을 직접 증언하는 내용도 담겼다. 유언에 따르면 최씨는 가해자 A씨로부터 사직서를 안 내면 산으로 끌고 가 백 대 맞고,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는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막내 동생 같은 사람이 협박하고 때리고, 옷을 찢고, 감금시켜 놓았다”며 “이 싸움은 한 명이 죽어야 끝난다”고 말했다.

주민으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동안 최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걸로 보인다. 최씨는 음성 유언에서 “대학병원에서 약을 타다가 먹고 있다”며 “힘들어도 약을 복용해가며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밥 한 끼도 먹지 못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씨는 “고문을 즐기는 얼굴, 겁나는 얼굴이다”라며 “공포에 떨었다”고 말했다.

경비원 최씨 유가족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과를 받기 위해 장례 3일장을 5일장으로까지 미뤘는데 아직 가해자로부터 어떠한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며 “기가 막혀서 헛웃음만 나온다”고 답답해했다. 최씨 자녀들은 공황상태로 멍하게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최씨가 유언으로 남긴 음성파일은 총 3개다. 이 중 2개는 최씨의 유가족이, 나머지 1개는 경찰이 갖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1개의 파일에는 최씨가 “아이들이 있어 먹고 살아야 하니 이제 그만 괴롭히고 여기서 계속 근무하고 싶다”며 가해자에게 사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북구 경비원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이 경찰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는 모습. 연합뉴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여전히 언론이 자신을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는 많이 확보한 상태이며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