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성공: 민간의 힘
코로나 사태 속에서 홍콩 시위 소식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에 대한 홍콩의 성공적 대응은 주목을 받고 있다. 홍콩 성공의 핵심 요소는 민간의 힘과 사스의 교훈이다. 사스를 생생히 기억하는 시민들은, 중국대륙과의 왕래가 잦은 지역적 특성상 입경자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변경 통제가 시급하다고 계속 요구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더뎠다. 그러자 민간에서 다양한 자체 조치가 생겨났다. 중국대륙과 가까운 곳에 자체 방역소를 설치하여 체온을 쟀고, 자원봉사자들이 마스크를 후원받아 거리의 노숙자나 청소노동자,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다니는 풍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1년간의 송환법 반대시위 과정에서 형성된 민간의 힘이다.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며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서로 돕는 방법을 터득한 시민들은 이제 코로나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곳에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각 사회마다 코로나가 현실정치에 미친 영향은 다를 텐데, 홍콩에선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한 불만이 공감대를 넓히면서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목소리가 모이는 양상도 보였다. 최근엔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4명 이상(현재는 8명) 모이지 못하게 하며 각종 시위・집회 강제해산이 잇따르고 체포와 수감이 매일 이어지고 있다.
시위 현황과 전망: 경제적 지원과 정치적 통제, 그리고 의회 선거
최근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작년 6월9일부터 올해 5월14일까지 송환법 반대시위로 체포된 사람은 총 8,337명이고 그 중 1,617명이 기소되었다. 가장 많이 기소된 죄명은 폭동죄로 595명이고, 공격성 무기 소지죄가 252명, 불법집회 죄가 236명이다. 체포된 이들 중엔 10대와 20대가 많고, 시위 후반부로 올수록 이 젊은 연령층의 체포 비율이 높아졌다.
정부는 모든 홍콩 성인 1인당 1만 홍콩달러를 나눠주는 등 경제적 지원조치를 내놓는 한편 정치적 통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경찰 장비에 대한 지원예산은 크게 증가했고, 시위 진압을 이끈 경찰들은 상을 받거나 승진했다. 홍콩에서 중국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국연락판공실의 개입에 대해 최근 논란이 일자 정부가 중국연락판공실이 홍콩 감독권을 지닌다고 하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또한 교육과 교사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이 ‘애국심’을 배우기보다 지나치게 비판적 시각을 배워 ‘세뇌’된다며 애국적 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애국주의 강화는 국가법(國歌法) 강행과도 연관된다. 어떤 형태로든 국가를 모욕하거나 폄하하면 최고 3년까지 수감될 수 있는데, 모욕과 폄하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서 지나치게 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콩정부는 중공중앙당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무원 학교를 만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매일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며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올해 가을의 의회 선거와 내후년 행정장관 선거를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작년 말 구의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파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제도적 한계로 쉽지 않고, 정부기관들과의 긴장관계 속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기형적인 선거제도에 참여해야 하는가 하는 논쟁 속에서 가을 의회 선거를 보이코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친정부파가 다수인 의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들을 강행하려 하고 있는데, 특히 앞에서 언급한 국가법(國歌法) 외에도 계속 우려가 제기되어온 국가안전법의 통과 여부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국가 전복과 분열행위 그리고 외국 조직과의 연계’에 중형을 가하는 이 국가안전법이 통과된다면 홍콩 안팎으로 파장이 클 것이다. 반환 후 처음으로 최대 시민 50만 명이 참여했던 2003년 7월 행진은 바로 이 국가안전법 입법 반대시위였다. 당시 성공적으로 입법을 막아내며 홍콩 시민사회는 단체들간의 네트워크와 조직을 갖추게 되었다. 이제 17년이 지난 지금 다시 추진되는 국가안전법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것이 향후 홍콩 시민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보아야 한다(장정아 인천대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 문화인류학).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