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비원 코뼈 골절은 자해다” 억울하다는 가해자

입력 2020-05-18 14:26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의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주민(왼쪽)이 18일 오전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폭행 등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A씨가 근무하던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 초소 앞에는 주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붙어 있다. 뉴시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로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입주민 A씨(49)가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 오후 2시쯤부터 이날 새벽 0시10분쯤까지 폭행 혐의를 받는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A씨는 숨진 경비원인 고(故) 최희석씨를 지속해 폭행하고 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체로 부인했다.

특히 폭행 혐의 관련 주요 내용이었던 최씨의 코뼈 골절 사실에는 “경비원의 자해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초에 주장하던 쌍방폭행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한다 해도 (폭행) 혐의가 없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A씨는 지난달 21일 최씨와 주차 문제를 두고 다툼을 벌였다. 당시 아파트 단지 내에 A씨의 승용차가 이중 주차돼 있었고 최씨가 이를 밀어 옮기던 중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최씨를 폭행했고 그를 어디론가 끌고 가는 장면까지 CCTV에 담겼다.

이후에도 A씨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최씨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는 하루 전까지 A씨가 경비실을 찾아와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쓰였다.

A씨가 최씨에게 보낸 문자. 뉴시스

뿐만 아니라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최씨에게 문자를 보내 “친형에게 폭행당해 코뼈가 내려앉았다고요?” “머슴의 끝없는 거짓이 어디까지인지 용서할 수 없다”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 “코가 부러졌으니 내일부터는 근무도 못할 것” 등의 조롱성 발언을 했다.

이같은 A씨의 폭언과 폭행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던 최씨는 지난 10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신을 돕던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너무 억울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씨가 숨지기 전 각15분 분량의 ‘음성 유서’ 3건을 녹음해 남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여기에서 그는 “사직서 안 냈다고 (A씨가) 산에 가서 백대 맞자고,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했다”며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고 겁나는 얼굴”이라고 호소했다. 이외에 A씨가 했다는 폭언과 협박 내용도 포함됐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