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새 교과서 “홍콩은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 포함 논란

입력 2020-05-18 14:14 수정 2020-05-18 15:02
'홍콩은 중국의 영토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홍콩 역사교과서 내용.환구시보캡처

올해 새 학기부터 사용되는 홍콩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 “홍콩은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자 홍콩 매체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린 세뇌 교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18일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홍콩 빈과일보는 전날 “오는 9월 홍콩의 신학기부터 중학교 1학년 과정에 새로 도입되는 중국 역사 교과서에 ‘홍콩은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다’라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며 이는 “주입식 세뇌”라고 비판했다.

홍콩에서는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각 출판사가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내놨으며, 이 중 5개 출판사의 7개 교과서가 채택됐다. 7개 교과서에는 고대 진시황이 남쪽의 월족을 정벌하고 남해군을 설치했으며 홍콩 지역을 영토로 편입시켰다는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 특히 한 출판사의 ‘신중국사탐구’ 교과서 권말에는 ‘기본법 연계’라는 주제탐구 2페이지가 추가됐다. 이 부분에서는 네 가지 자료와 질문을 제시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자료가 “홍콩은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다”라는 기본법 서문의 표현을 가장 잘 입증하고 설명하는지를 답하도록 하고 있다.

빈과일보는 “중학생에게 ‘홍콩은 중국의 영토다’라고 학습하게 하는 새 중국 역사 교과서는 정치적 의도가 들어있다”며 “이는 홍콩의 다음 세대에 주입식 세뇌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계 인사를 인용해 홍콩이 예로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것은 “매우 기괴하다”며 새 교과서가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콩 교육국은 “개별 인사나 언론이 개정 교과서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꾸며대고, 근거없이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홍콩 교육국 대변인은 “교과서 취지는 국가와 민족, 사회에 대한 정체성과 소속감, 책임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습 목표도 중국 역사와 관련된 홍콩 발전에서 중요 사건을 연구하고, 홍콩이 중국의 영토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반박했다. 또 “교사가 중국 역사 수업 과정을 잘 활용해 홍콩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