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부자들 코로나 피해 탈뉴욕 행렬” NYT

입력 2020-05-18 11:42
지난 3월 29일 뉴욕 맨해튼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걷고 있다. 뉴시스

미국 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뉴욕에서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상당수의 거주민들이 감염을 피해 도심 밖으로 피난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뉴욕에서는 가장 부유한 동네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도심을 피해 외곽이나 다른 주의 별장 등으로 일시 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NYT는 우편 주소지 변경 서비스 신청 건수를 지역별로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3~4월 미국 우체국에 우편 주소지 변경 서비스를 신청한 뉴욕 거주민들의 숫자가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3월 뉴욕시에서 미국 우체국에 해당 서비스를 신청한 건수는 총 5만6000건이었고 지난달에도 8만1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월평균 신청 건수의 약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준이다.

뉴욕 주민들이 피난을 떠난 지역. 화살표의 크기는 해당 지역을 서비스 목적지로 신청한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뉴욕타임스 캡처

뉴욕시의 월별 우편 주소지 서비스 변경 신청 건수. 뉴욕타임스 캡처

우편 주소지 일시 변경 서비스란 최대 1년까지 임시 주소로 우편물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뉴욕시에서 해당 서비스를 신청한 이들 중 약 60%는 새 주소지를 뉴욕시 밖의 지역으로 설정했다. 인구 밀집도가 높아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큰 뉴욕을 벗어나고자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와 관련 4월에 뉴욕시 밖으로 우편 주소지 변경을 신청한 뉴욕 거주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소득층이 몰려 사는 것으로 알려진 맨해튼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맨해튼에서도 대표적인 부촌인 어퍼웨스트와 어퍼이스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피난지는 뉴욕주 북부, 롱아일랜드나 인근 뉴저지주 등이 많았고 코네티컷주와 로드아일랜드주, 메인주, 플로리다주, 펜실베이니아주,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등도 있었다. NYT는 “(뉴욕주 외곽) 햄튼은 많은 뉴욕 거주민들의 휴양 여행지”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장에서 해고된 커트 가드너(50)는 뉴욕시 브루클린을 잠시 떠나 롱아일랜드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거처를 옮겼다.

가드너는 “뉴욕시에 머무는 친구들로부터 식료품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밖에서 한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여름 별장 주변의 식료품 가게에서는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NYT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밀집한 지역, 자택 대피 명령에도 일터에 나갈 수밖에 없는 필수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해당 서비스 신청 건수가 훨씬 적었다”고 보도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