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지난해 연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기업인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사업장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17~19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한다고 18일 밝혔다. 시안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지난 1월 삼성전자 브라질 공장을 찾은 후 4개월 만의 글로벌 경영 행보다.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 후 14일 만이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위기 대응과 미래 도전을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현장 설비 엔지니어들조차 꺼리는 중국 출장을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에도 중국 시안을 방문해 설 명절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 3월 시안2공장 투자 출하 기념행사를 진행했고 시안2공장 증설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2공장에 필요한 기술진 200여명을 전세기로 파견했다.
지금 코로나19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반도체 시장에서 격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세계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초미세 공정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했다. 또 미국 기업의 기술을 사용한 제3국 기업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TSMC와 파운드리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로선 미국이 TSMC를 끌어들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TSMC는 지난 15일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고강도 화웨이 봉쇄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고, 관영 언론은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대한 ‘맞불’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싸우면 관련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양국이 생산과 수출 관련 여러 압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중국 출장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면서 미래에 대비한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주화 권민지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