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헤드헌터 통해 채용 내정 후 번복… 부당 해고”

입력 2020-05-18 11:25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헤드헌터’를 통해 근로조건과 출근 시기를 약속한 경우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의류·화장품 수출입을 주로 하는 A사는 2018년 2월 헤드헌팅업체에 온라인 화장품 사업 해외 마케팅 업무를 맡을 인력의 채용을 의뢰해 B씨를 소개 받았다. A사는 면접 이후 B씨에게 처우와 입사시기를 알렸다. B씨는 이메일로 “입사는 6월 1일로 알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의사 전달은 헤드헌팅업체가 맡았다.

문제는 A사가 같은 해 5월 채용 시기와 연봉 등 계약조건을 바꾸겠다고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B씨가 조건 변경을 거부하자 A사는 6월 1일 B씨를 불합격시켰다. A사는 이 과정에서 입사 완료가 되지 않거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에 해고통지가 아니라 채용 불합격이라고 B씨에게 통보했다. 이에 지방·중앙노동위는 A사가 부당해고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A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씨가 A사에 지원해 면접 절차를 거쳤고, A사는 채용 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표명해 통지했으므로 둘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가 근로자의 채용을 내정했는데 아직 근로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일방적으로 해고사유와 서면 통지 없이 이뤄진 A사의 불합격 통보는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