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측 “자꾸 사죄하라는데, 사실이 아닌 걸 어쩌나”

입력 2020-05-18 11:23
연합뉴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질적 발포 명령자로 지목되는 전두환씨(89) 측이 법적 책임을 묻는 말에 “할 얘기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며 입을 닫았다.

전씨 측 민정기 전 비서관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18 작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희성 당시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상세히 언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간 5·18 계엄군 출동과 발포 명령 배후에 당시 군부 실세였던 전씨가 있었다는 의혹은 수차례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계엄군의 광주 출동과 현장 작전 지휘에 전권을 가졌으며, 전씨는 당시 보안사령관이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잘 알지 못한다는 반박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 MBC와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진상규명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 역시 21대 국회에서 그날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민 비서관은 “5·18 문제 전반에 관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얘기와 하고 싶은 얘기는 회고록에 이미 자세히 기술했다”며 “문 대통령의 광주 MBC 인터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더 없다”고 전했다.

또 ‘전씨가 5·18 관련 책임이 없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국회 청문회 등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매년 사죄하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죄하라는 것인가”라며 “양민에게 무차별 발포 명령을 했다는 데 대해 사죄를 요구한다면 사실이 아닌데 어떻게 사죄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계엄군이 시위진압에 지쳐 쉬고 있다가 시위대 버스와 장갑차에 깔려 죽었다”며 “동료들이 눈앞에서 죽어 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라며 “지휘관이 사전에 발포를 명령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