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모자라 마포 대신 안성 간 것” 반박한 윤미향

입력 2020-05-18 10:30 수정 2020-05-18 12:38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관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아파트 경매 대금 출처 의혹도 반박했다.

윤 당선인은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행자가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이후 11일 동안 어땠는지 묻자 “30년 동안 정신없이 달려왔다. 이 일을 계기로 비로소 달려가는 길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데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할머니와 하루속히 만나서 예전처럼 지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7일 오후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은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관한 첫 번째 의혹부터 해명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쉼터가 경기도 안성으로 돌연 바뀐 배경이 지인의 매각·중개가 아니고 예산 제약 때문이었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금으로 10억원을 줬는데 왜 경기도 안성까지 가서 매입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기업 측이 박물관 주변 주택 (시세) 책정을 잘못해서 기부금을 줬던 것 같다. 박물관 주변 주택 소유주들은 ‘20억원 안이면 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그런데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경기 지역도 괜찮다’라는 의견을 줬다. 그 의견에 따라 한 달 넘게 경기도 전역의 부동산을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도 적합한 것 같으면 주택 가격이 10억원을 넘었고, 10억 아래면 적합성이 떨어졌다. 사업을 집행해야 하는 한정 기간이 있어 안성까지 오게 되었고 힐링센터를 매입하게 됐다”며 “힐링센터를 매입했을 때 공동모금회랑 현대중공업이 마음에 들어 했다. 할머니와 지역 주민들도 모두 다 너무 감동했다”고 설명했다.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관한 두 번째 의혹은 이른바 업계약이다. 김모 대표가 지인인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통해 윤 당선인에게 시세보다 높은 가격인 7억5000만원에 쉼터 건물을 팔았다는 건데, 야당은 이것이 업계약을 한 정황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4년 주변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단독주택이 2억원에 매매된 사실을 포착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윤 당선인은 “구입 당시에는 시세보다 너무 싸게 매입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비싸게 매입한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그 집을 매입하기 전에 경기도와 안성 지역을 돌아다녔는데, 위치나 조건이 좋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쉼터 건물보다 싸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6년 동안 2~3배 땅값이 올랐다고 해도 땅값에 건축비를 더하면 7억5000만원이 나오기 어렵지 않나라는 비판이 있다’라고 되묻자 윤 당선인은 “조사나 검토를 세밀하게 하지 않았던 건 있다”면서도 “그 당시 상황이 너무나 시급했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매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땅값보다는 건축 자재에 들어간 질을 봤을 때 이해가 타당했다. 건축기법이나 인테리어가 훨씬 고급이었다는 평가를 자체적으로 했다”며 “공동모금회와 현대중공업도 함께 참가해서 확인하는 절차를 밟을 때도 모두 좋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윤 당선인은 “아는 사람들끼리 업계약서를 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쉼터 건물을 수소문하던 중에 이 당선인을 자연스럽게 만났을 뿐이다”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인테리어 비용을 1억원 추가한 것에 대해서는 “건물을 구성하는 인테리어로 들어간 건 없다”며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물품들과 냉장고 같은 생활필수품들을 샀다. 할머니들이 주거하기 위해 벽난로를 설치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5월 9일 서울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서 개관 7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별전시회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추모와 기억전' 개막식에서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위안부') 피해자이자 지난 1월 별세한 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열린 이번 전시는 다음달 8일까지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서 열린다. 뉴시스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관한 세 번째 의혹은 윤 당선인 아버지가 쉼터를 관리하며 급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제대로 인건비를 지급하며 사람을 고용했다면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당시에는 재원이 충분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인건비를 정상으로 지급하기가 어려웠다. 고민하다가 정의연 운영위원회에서 제 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어 “제 아버지는 당시 경기도 화성에서 식품회사 공장장을 하고 계시면서 안정적인 급여를 받고 있었다”며 “딸의 입장에서 관리를 부탁드렸다. 저희 아버지는 큰딸의 일이라면 뭐든 나서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주셨다. 아버지께서는 난방과 냉방이 되지 않는 컨테이너 창고에 머물면서 관리를 하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쉼터 건물 관리가 함부로 되면 안 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분이 조금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정의연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친인척을 일하게 했다는 것, 제 개인 입장에서는 아버님께 죄송한 일이지만 공적으로는 또 그것은 옳은 일은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23일 건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인 경기도 안성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에 관한 네 번째 의혹은 쉼터 건물이 펜션으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여성·인권과 관련한 시민단체 행사까지 열 수 있지만, 일반 펜션처럼 영업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여성 인권·과거사 같은 공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에는 기본 사용료를 받고 대여해준 사실이 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문의가 와도 절대 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곽 의원이 제기한 아파트 경매 대금 출처 의혹에 대해서는 “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살던 아파트를 팔았다”며 “그건 다 나타나 있다. 당시 아파트 매매 영수증까지 다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측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복동 할머니 조의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건 공개할 생각 있나’라는 질문에는 “김복동 장례위원회는 제가 상주로 장례위원회를 꾸렸고, 상주로서 제 명의로 계좌를 냈다. 보고도 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잘 드러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진행자가 ‘실수였든 아니든 기부금법 위반이 되더라’라고 말하자 윤 당선인은 “장례를 진행하는 상주가 통장을 만드는 관례가 있다”며 “법적인 이야기는 자문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