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받아오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의 산업재해 신청을 관련 단체가 추진하고 있다. 6년 전 유사 사례에서도 산재가 인정된 바 있어 가능성은 크다.
‘고(故)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추모모임)은 최씨의 사망이 아파트 경비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산재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2018년 8월부터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씨는 지난달 21일 주민 A씨와 다툼을 벌였다. 당시 아파트 단지 내에 A씨의 승용차가 이중 주차돼 있었고 최씨가 이를 밀어 옮기던 중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최씨를 폭행했고 그를 어디론가 끌고 가는 장면까지 CCTV에 담겼다.
이후에도 A씨의 괴롭힘이 계속되자 최씨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는 하루 전까지 A씨가 경비실을 찾아와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쓰였다. 지속해서 A씨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던 최씨는 지난 10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추모모임은 최씨가 주차 단속 등 감시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그의 극단적인 선택이 업무와 연관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이르면 이번주 중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유족 보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나 자해로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극단적 선택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입주민 갑질에 시달리던 아파트 경비원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사례는 2014년 서울 강남구에서도 있었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원이었던 이모씨(당시 53세)는 주민의 비인격적 대우가 이어지자 그해 10월 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분신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약 한 달 뒤 숨졌다.
당시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를 인정받았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판정서에서 “업무 중 입주민과의 심한 갈등과 스트레스로 기존의 우울 상태가 악화해 정상적 인식능력을 감소시켜 자해성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적으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극단적 형태로 발현돼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