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며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의 ‘음성 유서’가 18일 공개됐다.
서울 강북구 소재의 아파트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경비원 최모씨가 생전 음성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YTN이 보도했다.
최씨는 이 음성파일에서 “○○○씨라는 사람에게 맞으며 약으로 버텼다”며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 얼마나 불안한지 알아요?”라고 말했다. 입주민 A씨가 자신에게 한 폭언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너 이 XX 고소도 하고 돈도 많은가보다. 그래 이 XX야. 끝까지 가보자. 네가 죽던가 내가 죽어야 이 싸움 끝나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씨는 자신이 당한 피해를 설명하면서 흐느끼기도 했다. 그는 “사직서 안 냈다고 (주민이) 산에 가서 백대 맞자고, 길에서 보면 죽여버린다고 했다”면서 “고문을 즐기는 얼굴이다. 겁나는 얼굴”이라고 호소했다.
최씨가 남긴 음성파일은 총 3개로, 모두 15분 분량이다. 지난달 21일과 27일 폭행 피해를 입었다며 고소장을 접수한 그는 A씨가 쌍방폭행을 주장하자 이 음성파일이 증거가 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파일에서 “○○○씨라는 사람에게 맞은 증거에요. △△△△호 ○○○씨라는 주민에게 엄청나게 맞은 증거입니다”라며 “TV에도 다 나오게 방송 불러서 공개해달라”고 했다. “71년생 막냇동생 같은 사람이 협박하고, 때리고, 감금시켜 놓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씨는 이 음성파일을 지난 4일 녹음했다. A씨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은 당일이다. A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일방적 폭행이 아닌 쌍방폭행이라는 것과, 자신도 다쳤으니 “수술비 2000만원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이날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처음 시도했다가, 다른 입주민들의 만류로 그만뒀다고 한다.
최씨는 음성파일에서 “○○○씨라는 사람에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원이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음성 유서에는 최씨의 코뼈가 부러졌던 날의 상세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쯤부터 18일 0시10분쯤까지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상해, 폭행 등 혐의와 관련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는 최씨를 지속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앞서 언론을 통해서도 “폭행 사실이 없다. 주민들이 허위,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