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 사이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가 열린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2대 3 대역전극의 명승부가 펼쳐졌지만 패한 수원 이임생 감독은 경기 종료 직후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역전골로 이어진 울산 주니오의 프리킥 상황에서 울산 선수들이 바뀐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다시 킥을 차야 한다는 항의였다.
해당 골은 이 경기의 백미였다. 후반 초반까지 예상을 깨고 분전한 수원에 2대 0으로 끌려가던 우승후보 울산은 총공세에 나섰다. 2대2 동점이던 후반 43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약간 치우친 먼 거리에서 울산이 프리킥을 얻자 주니오가 자청해 키커로 나섰고, 강하게 찬 공은 수원 수비를 맞고 굴절돼 노동건 골키퍼가 지키던 수원 골문에 꽂혔다. 울산에게는 역전승의 쾌감을, 분위기 반전을 노리던 수원에게는 분패를 안긴 골이었다.
이임생 감독이 항의한 건 바뀐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제대회에서 프리킥 상황이 발생할 때 공격 측 선수들이 3명 이상이 만든 상대 선수 수비벽으로부터 1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생겼다. 이 규칙은 K리그에도 올해부터 적용된다. 이 감독은 울산 선수들이 수원 선수들과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고 항의했다.
이날 현장 기자석 시점에서 수원과 울산 선수진은 벽을 형성하기보다는 섞여있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 와중 선수들 사이에서 1m라는 거리가 유지됐는지 여부는 먼거리에서 육안으로 정확히 판별하기 쉽지 않았다. 결국 심판진에게 오롯히 판단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당시 심판진은 선수들 사이 거리가 1m 이상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VAR 판독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K리그 심판진 배정을 맡았지만 올해부터는 국제축구연맹(FIFA) 지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KFA)에서 하고 있다. 각 구단으로서는 이의를 제기할 대상이 연맹에서 협회로 한차원 높아진 셈이다. 이의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승부가 뒤집힐 수는 없기 때문에 구단으로서는 부담만 될 뿐 실익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임생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직접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는 “수비 발을 맞고 들어갔기 때문에 골키퍼가 어쩔 수 없는 실점이었다”면서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었을까봐 걱정이 많이 된다. 코치들이랑 상의해서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수원=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