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난타전 끝에 수원 격파…K리그 ‘2강’으로

입력 2020-05-17 18:24 수정 2020-05-17 21:13

첫 경기부터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며 우승후보로 꼽힌 울산 현대가 수원 삼성을 만나 난타전 끝에 역전승을 따냈다. 반면 수원은 개막전의 부진을 털어내고 공수 양면에서 발전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뒷심 부족으로 승부를 아깝게 내줬다. 이날 경기로 울산은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와 함께 2라운드를 모두 승리한 팀이 됐다.

울산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에서 후반 43분 터진 주니오의 프리킥 결승골로 수원을 3대 2로 이겼다. 수원의 역습에 얻어맞은 울산이 총공세로 나서면서 흥미로운 경기가 전개됐다. 이날 경기에는 국가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도 관전해 대표팀 가용 자원을 살폈다.

수원은 전북과 치뤘던 개막전과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왼쪽 날개에 주로 머물렀던 염기훈이 이번에는 아예 중원 쪽에 더 가깝게 내려와 경기장 가운데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지난 경기와 달리 공이 중원에서 더 자주 돌면서 공격 전개도 한결 날카로워졌다. 기대주 한의권은 역습 상황에서 개인 돌파로 자주 공간을 만들어냈다.

상주 상무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4대 0 대승을 거뒀던 울산은 지난번과 동일한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공격 꼭지점에 위치한 주니오 뒤에서 김인성과 이상헌 이청용이 번갈아 가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했다. 앞선 경기에서 보여준 것처럼 잘게 썰어나가는 패스와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헨리를 필두로 한 수원 수비진은 마지막 슈팅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최대한 막아냈다.

탐색전 양상이던 전반 경기 흐름을 바꿔놓은 건 수원의 고승범이었다. 고승범은 전반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공을 몰고 돌진하다가 앞의 공간이 텅 비자 패스를 찌르지 않고 그대로 오른발 중거리포를 작렬, 조현우가 지키는 울산의 골대 왼쪽 상단에 멋지게 꽂아넣었다. 전반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던 울산이 상대 역습 상황에서 수비 복귀를 빠르게 해내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수원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울산에 철퇴를 또 한번 날렸다. 상대 골문 오른편에서 돌진하던 한의권이 뒤에서 들어오던 명준재에게 공을 내줬고 이를 명준재가 반대편 골대 쪽에서 들어오던 크르피치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했다. 전반 동안 다소 잠잠했던 크르피치는 이 헤딩으로 데뷔전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반격을 준비하던 울산으로서는 당황스런 순간이었다.

울산도 가만 있지 않았다. 김도훈 감독은 크르피치의 골 직후 고명진과 원두재를 이상헌과 신진호 대신 투입했다. 원두재에게 중원 수비를 맡기고 윤빛가람과 이청용 등 플레이메이커 자원을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국 울산은 교체가 이뤄진 직후인 후반 8분 주니오가 오른편에서 수원 수비 4명을 단 채로 돌파한 뒤 그대로 슈팅, 곧바로 만회골을 뽑아냈다.

작정하고 나선 울산의 공격은 매서웠다. 김태환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수원 수비수 이종성이 골키퍼에게 가슴으로 넘겨주려다 쇄도하던 김인성에게 뺏겼다. 김인성은 골키퍼 바로 앞에서 공을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2대 0으로 기울던 점수가 순식간에 동점이 되면서 경기는 알 수 없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승부가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자 수원도 다시 맞불을 놨다. 울산의 동점골 직전 지난 시즌 득점왕 타가트를 한의권 대신 전방에 넣었던 이임생 수원 감독은 후반 20분 활동량이 많았던 염기훈을 빼고 김준형을 투입했다. 김준형은 이후 부상으로 빠진 홍철 대신 들어간 박상혁과 함께 스리백 앞에서 중원을 두텁게 쌓았다. 수원은 이후 역습 상황에서 타가트가 울산의 헐거워진 수비 뒷공간으로 뛰어들며 한 번에 단독 찬스를 맞았으나 조현우의 선방에 슈팅이 막혔다.

경기를 끝낸 건 주니오였다. 주니오는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나 싶던 후반 42분 상대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낮고 빠른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 결승골을 집어넣었다. 지난 경기까지 합쳐 2경기 4골을 집어넣는 괴력이다. 수원은 경기 막판 수비수 헨리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동점골을 위해 전력투구했지만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수원=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