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매입·갑작스런 입지 변경’…석연치 않은 위안부쉼터

입력 2020-05-17 17:29 수정 2020-05-17 18:15
정의기억연대가 지정기부금을 받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쉼터로 운영하다 지난달 23일 건물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반납 절차가 진행 중인 경기도 안성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문이 17일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경기도 안성의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이 매입부터 지난달 매각에 이르기까지 석연치 않게 운영된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대표 시절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에 쉼터 건물을 샀던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은 이를 전형적인 ‘업(up)계약서’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경기 안성)이 거래를 중개한 사실도 나타났다.

쉼터 건물은 윤 당선인이 정대협 대표 시절인 2013년 9월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기부한 10억원 중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연면적 195.98㎡, 대지면적 800㎡인 단독주택이다. 당시 주변 주택의 거래내역을 보면 해당 건물의 매입가는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4월에 거래된 쉼터 건물 주변 대지면적 843㎡의 단독주택은 2억원에 매매됐고, 대지면적 절반 수준인 다른 단독주택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1억5000만원, 7000만원에 거래됐다.

매입 과정에서 이 당선인이 거래를 중개한 사실도 드러났다. 윤 당선인의 남편인 김삼석씨가 2013년 11월 자신이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에 쓴 기사를 보면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모 대표가 운영하는 금호스틸하우스에서 집을 지었고, 주인을 기다리던 집과 쉼터를 찾던 정대협을 연결해준 것이 안성신문 이규민 대표”라고 돼 있다. 쉼터 건물을 정대협에 매각한 한모씨는 김 대표의 부인이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이 지난해 5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추모와 기억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김 대표가 지인인 이 당선인을 통해 윤 당선인에게 건물을 팔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했다는 것인데, 야당은 이것이 업계약서 정황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곽 의원실은 17일 “평수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비싼 값에 주택이 거래됐다. 업계약서를 써서 차액을 돌려받았는지 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대표는 “원가에 싸게 판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인을 통해 윤 당선인을 알게 됐고, 원래 거주 목적이었던 집을 좋은 일 한다고 하길래 팔았다”며 “토목과 인테리어 등 최고급 자재로 1년 넘게 공사해 9억원 가까이 들어간 집을 원가로 싸게 팔았다”고 말했다. 정의연도 “당시 형성된 시세대로 구입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정의연이 지난달 23일 쉼터 건물을 4억2000만원에 매각한 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가격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저로서도 어떻게 그런 가격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매입금과 매각금의 차이에 대해 “오랫동안 주변 부동산업소 등에 건물을 내놓았으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가치의 하락과 주변 부동산 가격의 변화로 현재의 시세로 결정됐다”며 “결과적으로 기부금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당초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쉼터가 경기도 안성으로 돌연 바뀐 배경도 지인의 매각, 중개에 따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기부 당시인 2012년 8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속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 인근에 (위안부 쉼터가) 추진된다”고 밝혔었다. 이듬해 정대협은 사업 계획을 변경해 안성에 주택을 매입했다.

심희정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