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황이 짙은 가운데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코로나19로 외식이 크게 줄면서 라면, 가정간편식(HMR) 등 집에서 먹는 가공식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사료/축산 부문 1분기 매출은 3조4817억원, 영업이익은 220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3.9%, 53.3% 성장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은 약 60%로 지난해 1분기보다 약 10% 포인트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식품사업부문 성장이 눈에 띈다. 전년 동기 대비 31.4% 증가한 2조260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가운데 글로벌 매출 비중이 약 46%를 차지할 만큼 커졌다. 미국 슈완스를 포함한 글로벌 가공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26% 증가한 1조386억원이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부터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둔 혁신성장에 주력한 결과 글로벌 위기 상황에도 안정된 성과를 냈다”며 “핵심 제품과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 R&D투자와 경쟁력 확보로 미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세계 곳곳에서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면서 라면업계 매출도 크게 늘었다. 농심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8% 성장한 6877억원, 영업이익은 101.1% 오른 636억원을 기록했다.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 쾌거 또한 농심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농심 1분기 실적도 해외시장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매출이 급증했고 다른 라면 제품의 매출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벌어진 라면 사재기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 중국의 현지 공장도 풀가동 하고 수출 물량 또한 대폭 늘었다. 1분기 해외법인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5.9% 오른 1677억원이었다.
농심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도 라면 매출 상승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라면 수요 급증으로 공장 가동률과 생산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고정비가 줄어들어 이익이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시식과 프로모션 활동이 제한되면서 판촉 비용을 절감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농심은 다만 라면 매출의 급상승은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분기 들어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라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라며 “수출을 확대하고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시장 수요에 적극 대처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라면 수출 비중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삼양식품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563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73% 증가했다.
삼양식품도 해외 실적이 주효했다. 해외 거래선이 주문량을 크게 늘리면서 1분기 글로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9% 오른 773억원에 이르렀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라면 수출에서 삼양식품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43%에서 올해 1분기 49%로 확대됐다.
삼양식품도 농심과 비슷하게 코로나19로 마케팅 비용이 줄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판매관리비가 적게 드는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1분기 매출액이 5398억원, 영업이익은 97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25.5%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각종 스낵류 제품이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러시아 법인은 32.8% 올랐고 베트남 법인은 진출 이래 1분기 최대 매출을 올렸다.
오뚜기는 1분기 매출이 6455억원, 영업이익 572억원을 기록했다(연결기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2%, 8.3% 상승했다. 카레 등 건조식품과 라면 등 면제품 매출이 크게 늘었으나 기업 간 거래(B2B) 매출이 감소해 다른 식품기업보다 실적 증가세가 높지 않았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이 감소하면서 식품업계가 선전할 수 있었다”면서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부진한 분야도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