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잇달아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매매 시장과 청약시장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청약 시장은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 시행을 3개월 앞두고 분양권 전매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몰려 과열되고 있다. 반면 매매시장은 최근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무산되고 양도세 중과 시점이 임박함에 따라 절세 매물이 급격히 줄었다.
17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2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된 경기 화성시 신동탄포레자이는 739가구 모집에 해당 지역과 기타지역을 합쳐 5만1878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평균 경쟁률만 70.2대 1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화성은 8월 이후 전매제한 구역으로 지정되지만, 그 이전에 분양한 신동탄포레자이에 청약수요자들이 몰려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오는 8월부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이 아닌 수도권 대부분과 지방 광역시에서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높아지는 청약열기를 잠재우겠다는 의도였다. 규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실수요자들이 많이 들어가는 지역은 항상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하남이나 광명처럼 교통환경 좋은 서울 접경지역은 여전히 열기 높을 것”이라며 “청약은 여전히 로또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곧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마지막 호재를 누리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불붙었다. 전매 가능한 분양권을 거머쥐기 위해 청약 수요자들이 몰려들었고 양평·가평 등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분양권 전매 규제에서 비껴간 지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를 예고했더니 시장이 더 불붙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규제지역인 서울에서도 청약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숲 아이파크는 15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9922명이 몰려 평균 66.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5가구 모집에 1344명이 몰린 전용면적 84㎡A에서 최고 경쟁률 89.6대 1을 나타냈다.
여기에 맞춰 건설사들도 7월 전에 분양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부터 7월까지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9만9651가구(임대제외)가 분양을 했거나 분양을 앞두고 있다. 올해 전체 분양 물량(25만1507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선 수치다.
반면 매매시장은 그나마 시장 거래를 주도했던 절세 매물이 다 소화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음 달로 예정된 양도세 중과 유예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절세를 위해 주택을 매매할 수 있는 시한을 넘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20대 국회 임기 중 종부세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시장이 당분간 관망세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