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은 점차 일상을 되찾고 있지만, 현지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사태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한 의사 리원량에 대한 ‘침묵 강요’에서부터 실제 코로나19 사망자 규모, 의료인력 부족으로 방치돼 숨진 만성질환자 수, 먹통이 된 질병관리시스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정부의 진실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SCMP에 따르면 드론 회사의 영업 사원으로 우한에서 각종 물품을 가정에 배달해주는 자원봉사를 한 톈시(33)씨는 지난 2월 4일 목격했던 장면이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했다.
그날 톈씨가 물품을 배달하기 위해 한 주택가에 들어서는데 4명의 남자가 검은색 시신 가방을 들고 내려왔고, 이어 여성 2명이 울부짖으며 뒤따랐다. 남자들은 시신 가방을 밴에 실었는데, 이미 그 안에는 같은 가방이 몇 개 더 있었다.
톈씨는 “벌써 석 달 이상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과 충격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이 기억이 평생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전인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도입한 전염병 조기경보시스템이 왜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지,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한 리원량을 왜 경찰이 침묵시켰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톈씨는 “중국은 전염병 조기경보시스템 개발에 엄청난 돈을 썼는데, 왜 조기 대처에 실패했고, 우리도 내부고발자가 있었는데, 왜 질책을 받았는지 반성을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한 부동산 업계에서 일하는 스티븐 청(30)은 임신한 아내와 아버지가 1월 말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그 후 2주 동안 여러 병원을 찾아갔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고 털어왔다.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자 놀란 시민들이 한꺼번에 병원에 몰려들면서 병상과 의료용품 대란이 빚어지던 때였다.
청씨는 “당시 우한의 7개 주요 병원마다 수백 명이 병상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숫자는 대충 추산해도 봉쇄 1주일만에 1만명을 넘었을 텐데 당시 정부 발표는 2600여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문제는 있지만, 훨씬 더 개인을 존중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수많은 사망자들의 프로필을 신문에 실었다”며 “하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실제 사망자 숫자도 숨기고 있을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작가 후파윈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한 시민들은 대부분 절망감을 느꼈고, 궁극적으로 도데체 왜 그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묻고 있다”며 “정부가 시민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무엇을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집중하느라 얼마나 많은 만성질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는지 등 가장 중요한 질문에 정부는 답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한에서 호텔을 2개 운영하는 장중린씨는 코로나19 사태 때 수십명의 다른 호텔 운영자들과 함께 쉴 곳이 없는 의료진에게 호텔을 무료로 제공했는데 사태가 마무리되자 정부는 경영난에 빠진 호텔을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12월에도 분명히 코로나 환자가 다수 있었고 내부고발자도 있었다”며 “정부는 그때 분명히 움직이지 않았고, 우리는 스스로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그의 호텔도 한 곳은 80여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수용했고, 다른 한 곳은 리원량이 일했던 우한중심병원 의료진 60여 명에게 숙식을 제공했는데, 지금 호텔은 운영자금이 없어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씨는 “시민들에게 땔감을 가져다 준 사람들을 눈속에 얼어 죽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며 우한 호텔 소유주들과 함께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