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처’ 주목한 빌 게이츠, KT와 120억 연구 진행

입력 2020-05-17 15:06 수정 2020-05-17 15:12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 빌 게이츠 페이스북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연구를 KT와 진행한다. 게이츠 재단은 수준 높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는 한국에서 감염병 연구를 원하면서 KT와 손을 잡았다.

KT는 게이츠 재단의 투자를 받아 3년간 120억원 규모의 ‘감염병 대비를 위한 차세대 방역 연구’를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KT는 이번 연구로 ‘인공지능 기반 감염병 조기진단 알고리즘’과 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모델’을 개발한다. 게이츠 재단은 연구에 소요되는 비용 중 50%를 펀드 형식으로 지원한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사태에 국내 방역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관리해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가격리자를 관리하고 있고,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로 재택근무·온라인 개학 등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는 판단이다.

KT와 게이츠 재단은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 ‘데이터혁신 워킹그룹’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다. 이듬해 4월 KT는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GEPP)’ 등 ICT 기반 감염병 확산 방지 활동 등을 발표했다. 여기 참석한 게이츠 재단 관계자가 KT의 감염병 대응 역량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번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KT는 신뢰도 높은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고려대학교의료원 김우주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IT 업계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고려대의료원은 ‘독감 감시체계 운영 및 병원체 유전자 서열 분석’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독감 유입 및 유행 예측 모델링’을 맡는다. IT 업체인 ‘모바일 닥터’는 앱 기반 독감 진단 데이터 분석,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데이터 공유 플랫폼 개발을 담당한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신·변종 감염병 대응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연구로 개발된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감염병 유행 이전에 위험을 알려 조기진단에 도움을 주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앤드루 트리스터 게이츠 재단 디지털보건혁신국 부국장은 “빅데이터 분석과 모바일 기술을 활용해 질병의 이동 및 확산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시간을 절약하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KT의 연구는 감염병 위험에 처한 다른 국가들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홍범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부사장은 “게이츠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감염병 대응 역량을 한 차원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KT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관계자들이 ICT 기반 감염병 대응 연구를 위한 화상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KT 제공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