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이 수십억 만질 때, 이용수 할머니는 추위에 떨었다

입력 2020-05-17 14:20 수정 2020-05-17 14:31
이용수 할머니.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생활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후원금 유용’ ‘쉼터 헐값 매각’ ‘단체 부실 운영’ 의혹 등에 휘말린 상황에서 이번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논란은 지난해 12월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이용수 할머니 관련 기사가 재조명되면서 불거졌다. 이에 따르면 김우철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당시 한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이 할머니의 사정을 듣게 됐다. 추운 겨울 필요한 난방 지원을 받지 못해 싸늘한 방에서 잠들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김 처장은 당일 이 할머니의 자택을 찾아 온수 매트 등을 직접 설치했다. 기사 포함된 사진 속에는 온수 매트를 선물 받고 기뻐하는 이 할머니의 모습도 담겨있다. 이 보도대로라면 정의연은 수년간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거둬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지원을 소홀히 했다는 게 된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사실이 정의연의 후원금 유용 의혹을 증명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일부는 “민주당 대구시당 측에서 이 할머니에게 온수 매트를 설치해준 것으로 보아 민주당 역시 정의연의 지원 활동이 부실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의연은 여성인권운동단체로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안정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성금은 피해 할머니들을 돕고 관련 책을 출판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전반에 쓰여왔고 모든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직접 후원금을 전달하는 것만이 피해자 지원 사업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인 돈들이 정의연에 의해 엉뚱한 곳에 쓰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세청이 제공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49억여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 지원사업에 지출한 것은 9억여원 정도다.

정의연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에는 돈뿐만 아니라 건강 치료 지원, 정기 방문,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된다”며 “최근 3개년도 수입금 22억1900만원 중 실제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지출된 것은 9억1100만원으로 41% 정도”라고 해명했다. 다만 후원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세상 어느 NGO(비정부단체)가 기부금 내역을 샅샅이 공개하느냐”며 거부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