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손혜원 열린민주당 의원의 부친을 독립유공자로 지정했을 당시의 심사 회의록을 비공개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미래통합당이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손 의원 부친 손용우 선생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심사 회의록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손 선생은 1940년 서울에서 일제의 패전을 선전하다 체포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광복 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에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했지만 2018년 7번째 신청 끝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7번째 신청 직전 손 의원이 당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을 의원실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지난해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해 피 전 처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국가보훈처에 관련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해 행정소송을 냈다. 정보공개를 요구한 항목에는 2018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유공자 선정을 논의한 공적심사위원회·보훈심사위원회 회의록 등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공적심사위원회 또는 보훈심사위원회의 광범위한 심사내용과 심사의 본질 등을 고려하면, 이 회의록을 공개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래통합당 측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적·보훈심사위원회 심사업무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국내외에서의 독립운동은 오래된 과거의 일로 객관적 사실 확인도 어렵고, 국권이 침탈된 오랜 기간의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지 가치 판단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며 “공적·보훈심사위원회 심사에는 위원들의 전문적·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심사의 본질에 비춰 공개를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해야 더 자유롭고 활발한 문답과 토의를 거쳐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에 이를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