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헤치고 개봉하는 韓 영화들

입력 2020-05-17 13:48
'나는보리’ 포스터. 파도 제공


서울 이태원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신작 영화들이 5월 개봉을 줄줄이 미루고 있는 가운데 승부수를 띄운 영화들이 있다. 개봉 연기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들이지만,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동안 끊겼던 관객 발길을 되살릴지도 관심사다.

21일 신작 개봉에 시동을 거는 ‘나는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아이 보리(김아송)의 이야기다. 코다(CODA, 농인 부모를 둔 자녀)인 소녀 보리는 수어로 소통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소리를 잃고 싶다’는 소원을 빌게 된다. 그리고 소리를 잃기 위한 과정에서 가족들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비로소 성장하게 된다.

소리를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외로움을 느낀다는 전복적 설정은 장애를 ‘결핍’으로 보는 고정관념을 깬다. 담담한 시퀀스로 세상을 새로 인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영화 얼개는 메가폰을 잡은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됐다. 김 감독은 최근 열린 영화 기자간담회에서 “어머니가 농인이시고 어릴 적 나도 ‘소리를 잃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농인 관객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완성됐다.

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안녕, 미누’는 미누로 불리는 네팔 출신의 국내 이주노동자 1세대 미노드 목탄의 이야기다. 1992년 스무 살의 나이로 한국에 와 18년간 일하며 한국 최초의 다국적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리드 보컬로도 활동했던 미누는 2009년 강제 추방됐다. 영화는 그가 2018년 네팔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마지막 2년에 초점을 맞춘다.

현재까지도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주노동자의 역사가 그려지지만, 무겁지만은 않다. “(이주노동자를) 불쌍하게 그리지 말라”는 미누씨의 바람대로 활기차게 서사가 풀어진다. 그 리듬감 속에서 우리 사회 속 무지에서 비롯된 수많은 ‘미누씨’들에 대한 혐오와 비난을 자성하도록 한다.


'초미의 관심사' 포스터. 트리플픽쳐스 제공


같은 날 개봉하는 ‘초미의 관심사는 남연우 감독이 연출하고, 그의 연인인 래퍼 치타가 주연으로 출연한다. 돈을 들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합심한 극과 극 모녀의 추격전을 그린다. 배우 조민수와 치타가 개성 강한 모녀의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지난해 10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바 있다. 치타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에서 공개됐을 때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당시 3번 상영을 했는데, 3000석 이상의 야외 상영 한번을 포함해 3번이 다 매진됐다. 우리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작비 규모로 따졌을 때 ‘중급’ 이상인 신작들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당초 이달 21일로 개봉일정을 잡았던 송지효 김무열 주연 영화 ‘침입자’는 다음 달 4일로 개봉을 미뤘다. 3번째 연기였다. 같은 날 개봉 예정이었던 김호정 김지영 김영민 주연의 ‘프랑스여자’ 역시 개봉을 늦췄다. ’프랑스여자’는 이야기를 여성서사로 풀어내며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다. 여기에 이달 27일 개봉대열에 함께 올랐던 ‘결백’까지 6월로 개봉이 연기됐다. 기억을 잃은 채 살인 용의자가 된 엄마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딸의 이야기를 그린 추적극으로, 신혜선 배종옥 허준호가 주연을 맡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