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도체 전쟁에 삼성·SK가 긴장하는 이유

입력 2020-05-17 10:51 수정 2020-05-17 11:01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초강력 제재에 나서면서 불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튈 우려가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우선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의 초미세 공정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했다. 그리고 미국 기업의 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한 제 3국 기업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도록 했다.

TSMC와 파운드리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로선 미국이 TSMC를 끌어들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최대 매출처 중 하나로 꼽히는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실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TSMC는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지난 15일 밝혔다.

TSMC의 미국 공장 건설은 아시아 국가에 대한 반도체 의존을 줄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공장은 내년에 착공해 2024년부터 5나노미터 공정으로 반도체를 만들게 된다. TSMC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의 물량을 대부분 소화한다.


특히 화웨이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TSMC가 화웨이 제재의 사각지대라고 여겨왔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만들 때 퀄컴 칩셋을 사용하지 못해도 자체 설계한 ‘기린’ 시리즈를 이용할 수 있는 게 TSMC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기린은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해 TSMC가 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술을 일부라도 사용하면 화웨이에 반도체를 팔지 못하게 했는데 TSMC 역시 미국 장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힌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TSMC의 밀월관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애플 등 주요 팹리스 업체 물량을 대부분 TSMC에서 가져가는데, 미국이 앞으로 자국 기업 물량을 TSMC의 미국 공장에서 만들 것을 요구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동안 주요 고객이었던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팔기도 어려워졌다. 가뜩이나 미국의 제재 이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화웨이 매출은 감소세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요 5대 매출처에 화웨이가 빠지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소프트뱅크, 버라이즌 등이 5대 매출처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가 주요 매출처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허가가 있으면 수출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수출이 쉽게 허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