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중 하나인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반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오스트리아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축제 형식을 수정해 오는 7월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오스트리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규정으로 인해 개최가 어렵게 됐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을 전제로 올해 공연을 내년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보덴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매년 한 작품만을 공연하며, 2년씩 무대에 올린다. 호수 위에 세우는 거대한 무대와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매년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올해는 7월 22일부터 8월 23일까지 지난해 공연된 ‘리골레토’의 재연이 예정돼 있었다. 올해 공연이 내년으로 잠정 연기됨에 따라 당초 내년 초연이 예정됐던 작품도 순연될 전망이다. 이미 판매된 티켓은 오는 18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환불되거나 내년 티켓으로 교환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도 지난 5일 1년 연기를 발표했다. 그동안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길 바라며 개최 여부를 가늠하다 결국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름에 열리던 유명 페스티벌이 속속 취소 또는 연기를 발표중이다.
하지면 예정대로 공연을 진행하겠다는 페스티벌도 있다. 올해 100주년을 맞아 프로그램을 규모를 키웠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7월 18일~8월 30일)은 같은 날 브레겐츠 페스티벌과는 다른 강행 입장을 발표했다. 마르쿠스 힌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성명을 통해 “축제가 원래 모습대로 진행될 수는 없겠지만, 올해 축제 형식을 수정해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외이긴 하지만 대규모(약 7000석)로 열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큰 브레겐츠 페스티벌과 달리, 실내 공연 위주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좌석 거리두기’ 등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얼마간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결정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오스트리아 현지 사정이 반영된 결정으로도 보인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오는 29일부터 그동안 중단했던 영화, 공연 등 문화예술 행사에 시동을 건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먼저 충분한 안전조치가 취해질 경우 1000명 미만 규모의 공연과 영화가 재개된다. 이에 따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주최 측은 수정안을 당국과 협의한 후 다음 달 초 올해 행사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오스트리아의 문화예술 행사 재개와 관련해 담당관료인 울리케 루나체크 문화 정무차관이 반대하다가 사직하는 소동이 일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문화부는 독립 부서가 아니라 총리실 산하에 있으며 정무차관이 총괄한다. 루나체크 문화 정무차관은 정부가 음악 및 극장 분야의 압력 때문에 코로나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빨리 극장 문을 연다며 반대했다. 오스트리아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음악 중심지로서 공연축제 등이 관광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극장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계의 입김이 센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계의 거센 비판을 받은 루나체크 정무차관은 사표를 제출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