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만에 ‘트럼프 때리기’… 흑인 표심 결집 노려
“흑인 불평등 심화… 다른 사람 생각해야 민주주의”
트럼프 반격할 경우 ‘트럼프·오바마’ 전쟁 더욱 격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책임 없는 척을 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또 무고한 흑인 청년이 조깅 도중 백인 부자(父子)의 총격에 숨진 사건을 끄집어내며 분노를 표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라고 비난한 이후 8일 만에 ‘트럼프 때리기’를 재개했다.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오바마’라는 전·현직 대통령 간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일 78개 흑인대학들의 연합체(HBCU) 소속의 2만70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화상으로 졸업 축사를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해, 책임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그들은 심지어 책임이 없는 척을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상이 더 좋아지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현 미국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졸업생들 대부분이 흑인들인 이번 축사에서 지난 2월 조깅 도중에 공사장 도둑으로 오인 받아 백인 부자(父子)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 사건을 꺼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는 흑인 사회가 역사적으로 이 나라에서 겪고 있는 근본적인 불평등과 추가적인 부담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격차는 단순히 공공 보건뿐만 아니다”라며 “흑인이 조깅을 하러 나왔을 때 일부 사람들은 그 흑인을 세울 수 있고,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경우 총으로 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졸업생들에게 “여러분 주변의 사람들이 배고프고 아프다면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는 우리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에 한해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오마바 전 대통령의 이번 축사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흑인 표심을 더욱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축사 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졸업 축사라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책임 없는 척을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이번 대선은 ‘트럼프·오바마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이 집권했을 때 백악관과 행정부에서 일했던 약 3000명의 사람들과의 전화 회의(conference call)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완전한 혼돈의 재앙”이라고 비난하며 선제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게이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역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괴롭혔던 ‘러시아 스캔들’이 오바마가 트럼프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조작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또다시 꺼내 든 것이다.
여당인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의 법사위가 미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적법성과 관련해 광범위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내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었다면 가장 먼저 불렀을 사람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라며 그의 증인 소환을 촉구했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투표하라”는 한 단어로 맞받아쳤다.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떨어뜨리기 위한 투표에 참여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반격을 가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트럼프·오바마’ 전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