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올해 말 백신 개발” 초고속 작전…실현성엔 ‘의문’

입력 2020-05-17 08:21 수정 2020-05-17 14:59
트럼프, 백신 ‘초고속 개발 작전’ 착수
트럼프 “올 연말까지 백신 개발…그 이전일 수도”
원폭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
하지만 미 당국자들도 “올해 말 개발에 회의적”
“비현실적…안전성 속일 경우 역효과”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관련 언론 브리핑을 갖고 있다. 앤소니 파우치(오른쪽) 미국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이 각각 마스크를 쓴 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빠른 시간에 만들기 위한 ‘초고속 개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15일(현지시간) 가동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올해 연말까지 그것(백신)을 얻기를 바란다”면서 “가능하다면 그 이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고위 당국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백신 연내 개발) 시간표에 회의적”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많은 과학자들은 (트럼프의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면서 “(백신 개발을 서두르다가) 안전성을 속일 경우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전에 나섰다. 그는 15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열고 ‘초고속 개발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고속 개발 작전’의 준비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 내의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거의 100개의 백신 후보군들을 공동으로 평가했다”면서 “이들 전문가들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14개 백신 후보군들을 추렸으며 이 리스트들을 더욱 좁혀가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의 조속한 개발을 위해 가동한 ‘초고속 개발 작전’의 최고 책임자로 지명된 몬세프 슬라위가 15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백악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했다. 슬라위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백신개발 대표를 지냈다. AP뉴시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백신 개발) 임무는 매우 시급한 것이기 때문에 ‘초고속 개발 작전’ 아래 연방정부는 그것(백신 후보군)들이 승인되기 전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백신 후보군들 생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준비됐고, 그것(백신)을 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고속 개발 작전’을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핵무기를 최초로 개발하기 위해 진행했던 비밀 프로젝트로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백신 ‘초고속 개발 작전’이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견될 만큼 역사적 과업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백신개발 대표를 지낸 몬세프 슬라위를 최고 책임자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슬라위 최고 책임자를 도울 최고 운영책임자에 미 육군 군수사령관인 구스타프 페르나 장군을 기용했다.

슬라위는 트럼프 대통령에 힘을 실어줬다. 슬라위는 “나는 백신 임상시험 초기 자료를 봤다”면서 “이 자료는 연말까지 수억개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굳게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백신 전문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백신 개발이 인체에 백신 후보군들이 주입되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는 지난 겨울에 등장해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백신을 빨리 개발하는 것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해왔다고 WP는 전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공동 개발자인 폴 오핏 박사는 WP에 “미국인들이 과학적인 얘기를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브리핑에서 백신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베일러 의과대학의 피터 호테즈 교수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올해 여름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시간표는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면서 “그 시점조차 완벽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빨라야 내년 하반기는 돼야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NBC방송도 “보건 당국자들과 백신 개발자들은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대로) 되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연내 개발 백신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