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기밀문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암살 이듬해인 1980년 총선 출마를 희망했다는 첩보가 기록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나온 내용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외교부는 지난 12일 미국 국무부에 요청해 제공받은 문건을 15일 공개했다. 해당 문건은 1979년 12‧12 사태가 벌어진 뒤 불과 두 달 뒤인 1980년 2월 2일 작성된 문건은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한국의 정치 상황을 보고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런 사실이 미국 공식 문서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건에 “암살된 대통령의 딸에 갑작스러운 야심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사정을 잘 아는 민주공화당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다음 총선에 아버지의 고향을 포함한 지역구에서 출마하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건엔 또 “청와대 경호 근무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일가와 친해졌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이(이런 상황을 알고) 박근혜에게 출마를 강력히 권고했다.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박근혜의 출마가 박정희 시대를 주요 선거 이슈로 만들어 당내 분열을 일으키고 제3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문건에 김종필이 박근혜가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려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성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런 내용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한 소식통은 “전두환은 모든 곳에 있다”고 했고 미 대사관 측도 “동의한다”고 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8살로 1981년 3월 치러진 11대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11대 총선에 불출마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문건에 기록되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2007년 발간된 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 “조용히 살아가는 나날이 만족스러웠다. 정치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종종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는 내용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0년 만에 공개된 해당 문건은 외교부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에 요청해 받은 43건(140쪽 분량)의 기밀해제 문건 중 하나로 민주화운동뿐 아니라 당시 정치 상황에 대한 주한미국대사관의 보고가 포함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