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끊김’ 난감함 넘긴 첫 ‘화상’ 외인 드래프트

입력 2020-05-15 16:43 수정 2020-05-15 17:24
KB손해보험에 첫 번째로 지명된 노우모리 케이타의 화상 통화 모습.

“네, 네 동의합니다.”

KB손해보험에 첫 순번으로 지명된 말리 출신의 라이트 노우모리 케이타(19)와 통화 연결이 신호 불량으로 실패한 뒤 오랜 기다림 끝에 간신히 연결된 바토즈 크라이첵(30)과의 화상 통화. 크라이첵은 삼성화재와의 계약에 동의하며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화상을 통해 전해지는 말소리는 계속 끊겼다. 결국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란 소감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배구연맹은 15일 서울 강남의 리베라호텔에서 2020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를 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선수들은 드래프트에 실제로 참여할 수가 없었다. 연맹은 화상 통화 연결을 통해 지명 받은 선수들의 소감을 듣는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장거리 연결 탓에 처음엔 통화가 매끄럽지 않았다.

크라이첵과의 통화가 지연되고 있는 모습.

화상 통화를 시도했지만 오히려 행사가 지연되고 있던 난감한 상황. 당황스러운 상황에 간간이 들리는 선수 소감에 대한 통역마저도 어설프게 진행될 수밖에 없어 행사장은 술렁이고 있었다.

다행히 정적을 깬 건 한국 무대 경험이 있는 알렉산드리 페헤이라(28)와의 화상 통화 연결 시도부터였다. 알렉스는 밝은 얼굴로 화면에 등장해 “한국에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어 굉장히 기쁘다”며 “모든 사람들이 한국에서 뛴 마지막 시즌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걸 알고 있는데 돌아와서 기쁘고 절 뽑아줘서 감사하다. 다시 싸워보자”고 패기를 드러냈다.

케이타는 통신 상태 불량으로 가장 먼저 지명되고도 첫 소감 발표의 기회를 뺏겼다. 하지만 곧 화상 통화가 다시 연결돼 세 번째로 소감을 밝힐 수 있었다. 카페로 보이는 배경을 뒤로한 채 전화를 받은 케이타는 즐거운 얼굴로 “정말 기쁘다. 이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새로운 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콧수염을 기르고 등장한 카일 러셀의 모습.

OK저축은행에 지명된 미하우 필립(26)도 화상을 통해 팬들에 인사를 전했다. 그는 “다음 시즌 매우 기대되고, 꿈이 이뤄진 것 같다”고 밝혔다. 폴란드 무대에서 함께 뛰었던 크라이첵과 V-리그에서 함께 뛰게 된 필립은 “폴란드 선수 두 명이 같은 리그에서 뛰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기쁘게 생각하고 많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전력이 지명한 카일 러셀(26)은 멋진 콧수염을 기르고 유일하게 ‘감사합니다’란 한국어 인사를 준비해 화면에 등장했다. 그는 “지명에 동의하고 흥분된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기대되고 팀에게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있지만 운동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태”라고 각오를 다졌다.

글·사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