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타격을 정면으로 입으면서 지난달 생산 및 수출이 모두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은 주요국의 공장 셧다운(일시적 가동중지)과 록다운(봉쇄)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국내 자동차 생산이 전년 같은 달보다 22.2% 감소한 28만9515대에 그쳤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생산은 14.4% 감소했다.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44.3% 줄어들어 12만3906대에 머물렀다. 해외 주요공장의 셧다운·록다운에 해외 출장까지 대부분 막히면서 완성차 업계와 자동차 부품업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13일 진행한 ‘코로나19 기업애로지원센터’ 3차 조사 결과에서는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드러났다. 1차 부품 협력업체의 경우 국내공장 가동률이 평균 60%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었지만 2차 협력업체는 30% 수준까지 떨어진 곳도 속출하고 있었다.
매출액 감소율도 2차 협력업체로 갈수록 심각했다. 1차 협력업체는 25~50% 수준이었으나 2차 협력업체는 60%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합회의 1차 조사(3월 18일)와 2차 조사(3월 31일)에서 매출액 감소율이 각각 10~25%, 20~30%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출 감소폭이 한두달 사이 2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연합회는 “5월 누적된 매출 손실로 인한 유동성 문제로 존립이 어려운 회사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 업계의 공장 가동률은 60% 이상으로 조사됐다. 1차와 2차 조사 때 80% 이상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2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완성차 업계도 수출량 감소로 공장 라인별 휴무를 늘리면서 생산에 타격을 받는 상황이다.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휴무도 확대되고 있다. 연합회의 조사 대상 24곳 중 절반(12곳)은 현재 휴무 중이거나 완성차 업체의 휴무 일정에 따라 휴무를 검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업체는 5월 한달간 공장을 쉬기로 했고, 주 3일 근무나 매주 금요일 전 직원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업체도 있었다.
친환경차·SUV는 선방…“내수 덕에 살았네”
이처럼 수출량이 줄고 가동률도 대폭 줄었지만 수출금액은 수출 대수 감소폭보다는 감소폭이 작았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비중이 커지면서 수출이 44.3% 감소하는 동안 수출금액은 36.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실제로 전체 수출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7.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SUV는 지난해보다 6.6%포인트 높은 66.2%까지 늘었다.
그나마 내수 상황은 수출 상황에 비해 조금 나았다. 3~6월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효과, 업계별 프로모션 등의 영향으로 8.0% 증가한 16만7375대를 기록했다. 이 중 국산차는 다양한 신차 출시에 따른 판매 호조, 업계별 특별할인과 할부 혜택 등의 영향으로 6.4% 증가한 14만4230대가 판매됐다. 수입차는 일본계 브랜드가 64.4% 급감했지만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계 브랜드의 인기가 이어지면서 18.7% 증가한 2만3145대를 팔았다.
일본계 브랜드는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노 재팬’(No Japan) 운동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면서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일본계 브랜드별 판매 증감률은 토요타 -62.8%, 닛산 -34.2%, 혼다 -68.6%, 렉서스 -68.3%, 인피니티 -73.5%였다.
친환경차는 국내·외에서 모두 호조세를 보였다. 수출이 11.5%, 내수가 28.3% 증가하며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늘었다. 특히 전기차 수출은 94.6% 급증한 9761대로 역대 최다를 달성했다.
車부품업계는 아우성…“현장 유동성 적기 공급돼야”
반면 자동차부품 수출은 해외 주요 완성차 공장들의 가동 중단 여파로 49.6% 감소한 10억2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자동차부품 수출이 반토막 나면서 부품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대책에도 금융권 현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담보 여력이 부족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조건 완화, 대출한도 확대, 운영자금 확대, 차입금 상환 유예, 저리 대출 등의 유동성 지원을 요구했다.
또 고용유지 지원금의 규모와 조건도 엄격히 제한돼 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정만기 연합회 회장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수요절벽과 가동중단, 매출 감소로 큰 위기에 처한 만큼 현장 유동성이 적기에 공급되고 해외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한 해외법인 금융 특별대책 마련, 출장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