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이 가격…부모님 욕까지” 평택서도 경비원 폭행 사건

입력 2020-05-15 14:44
경기도 평택 소재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에 담긴 장면. 한 입주민이 자신의 차량에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부착한 경비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SBS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최근 경기도 평택에서도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A씨가 주차 문제로 입주민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지난 3월 발생했다고 14일 SBS가 보도했다. 이와 함께 폭행 장면이 담긴 아파트 지하주차장 CCTV를 공개했다.

영상 속 한 남성은 A씨와 대화하던 중 돌연 A씨의 정강이를 두 차례 걷어찼다. 이어 통화 중인 A씨의 얼굴을 손으로 밀치더니, A씨가 들고 있던 서류까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남성의 폭행은 현장에 온 다른 경비원에게까지 이어졌다. 남성은 다른 경비원의 얼굴을 밀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A씨는 “(가해자에게) 정강이를 두 대 맞았다”면서 “부모님에 관한 욕설도 들었다”고 SBS에 밝혔다. 이어 “어이가 없었다”며 “아무리 입주민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건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가해 주민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자신의 차에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붙이려고 해 다투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 주민이 스티커 부착에 항의하자, A씨는 업무를 방해한다며 경찰에 신고하려 했고 이에 폭행이 시작된 것이다.

A씨는 1년 3개월간의 근무 기간동안 여러 차례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일을 그만뒀다. A씨는 “(주차) 단속을 돌 때마다 무서웠다. 뒤에서 누가 때릴 것 같았다”면서 “공포심까지 들었다”고 호소했다.

가해 주민은 쌍방폭행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A씨를 무혐의 처분하고 가해 주민만 상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최근 서울 강북구 소재의 아파트에서도 입주민의 폭언, 폭행 등 갑질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입주민이 쌍방폭행을 주장하며 “수술비만 2000만원이 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극심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다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고인과 같은 경비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