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목소리에 발육 부진까지… 中 가짜 분유 부작용 속출

입력 2020-05-15 14:05
중국서 가짜 분유를 먹고 머리가 인형처럼 커진 유아. 신경보 캡처

중국에서 가짜 분유를 먹은 아기들의 머리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이 분유의 다른 부작용들에 대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천저우시 융싱현에 사는 궈모씨는 자신의 아이가 이 가짜 분유를 먹었다며, 섭취하게 된 경위와 그 후유증에 대해 상세하게 증언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3살인 궈씨의 딸은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보통 분유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고, 궈씨는 특수 분유를 구매하기 위해 융싱현에서 가장 큰 분유 판매점을 찾았다. 그곳 판매원이 궈씨에게 문제의 분유를 권했다. 궈씨가 분유통 위에 적힌 ‘고체 음료’라는 표기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판매원은 “분유와 같은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 가짜 분유를 먹기 시작한 후 딸은 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3살이 된 지금까지도 제 목소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발육마저 늦어졌다. 궈씨는 지난해 12월 분유 판매점을 다시 찾아갔는데 문제의 분유는 이미 판매 중단된 상태였다.

궈씨는 당국에 이 가짜 분유를 고발했지만, 당국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언론에서 이 가짜 분유의 후유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그제야 중국 국가시장관리감독총국은 후난성 당국에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자를 엄벌하라”고 지시했다.

문제의 가짜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은 몸에 습진이 나고 체중이 감소하며 심지어 두개골이 과도하게 커지는 부작용을 겪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 머리를 때리는 이상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키와 지능, 행동 능력이 일반 영유아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심각한 경우 장기 손상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의 제품은 필요한 영양 성분이 거의 없는 일종의 고체 음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분유를 먹은 일부 영유아는 구루병 진단을 받았다. 구루병은 비타민D 결핍으로 일어나는 뼈의 병으로,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에 칼슘이 붙기 어려워 뼈의 변형이나 성장 장애 등이 일어난다.

더구나 이 가짜 분유를 제조한 기업의 대주주가 중국의 유명 분유기업 창업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 사회의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의 분유를 제조한 웨이러커건강공업공사의 대주주인 샤오스후는 중국의 유명 분유기업 아오여우를 동업자들과 함께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그는 2016년 회사를 떠난 후 분유 회사를 잇달아 창업했고, 웨이러커는 그가 만든 네 번째 회사다.

아오여우 측은 가짜 분유 사건의 후폭풍이 커지자 자사와 샤오스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샤오스후가 경영하는 메이여우가오유업이 아오여우의 제품 유통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우여우는 메이여우가오유업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주식을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