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보다 기대된다, 부산·상주가 펼칠 ‘맞불축구’

입력 2020-05-15 13:29 수정 2020-05-15 13:46
수원 삼성 헨리(왼쪽)가 전북 현대 한교원을 막아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 팀의 경기력이 높은 경우 다른 팀은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리고서 방어만 하는 ‘버스 축구’를 선보이기 쉽다. 시즌을 장기적으로 볼 때 생존을 위해선 ‘승점 1점’이라고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축구 팬들 입장에선 경기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혹여 응원 팀이 패배하더라도 양 팀이 빠르게 공방을 주고받는 경기가 더 기억에 강하게 남는 이유다.

전북 현대가 수원 삼성을 불러들여 치른 지난 8일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은 그런 의미에서 아쉬웠단 반응이 많았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 ‘K리그1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은 경기’라기엔 한 팀은 거의 수비만, 다른 팀은 공격만 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최다득점자(20골) 타가트는 골을 넣을 만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후반 20분 교체됐다. 유효슈팅 기록이 8대 1일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압도적 수비력을 보여준 헨리였다. 그 헨리가 이동국 마크를 놓친 한 순간, 수원에겐 재밌는 경기란 명분도, ‘승점 1점’이란 실리도 남지 못했다.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공격하는 부산 아이파크 빈치씽코(오른쪽)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반면 부산 아이파크나 상주 상무는 상대적 강팀을 상대로 자신들의 플레이를 했다. 부산은 포항 스틸러스에 공격진의 스피드와 파괴력을 과시했다. 점유율(49.7%-50.3%), 슈팅 수(13-15)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고, 패스 숫자(492-418)나 성공률(77.8%-77.3%)에선 오히려 앞섰다.

상주도 마찬가지다. 울산 현대 진영으로 끊임없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공격을 전개했다. 역시 점유율(50.8%-49.2%), 슈팅 수(10-13), 패스 수(512-457)나 성공률(83%-82%) 등 수치에선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경기를 했다. 비록 양 팀이 객관적인 전력차와 마무리 능력의 한계로 0대 2, 0대 4란 스코어로 완패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맞불’을 놓은 도전 자체가 비판받을 순 없었다. 오히려 팬들이 느낀 경기 자체의 즐거움은 더 컸다.

이번 주말 2라운드에도 대구와 포항, 수원과 울산전 같은 ‘빅게임’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그만큼 주목되는 게 전북과 만나는 부산과 강원 FC를 만나는 상주의 경기다. 1라운드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패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상주 상무 송승민(오른쪽)이 울산 현대를 상대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산은 16일 오후 7시 2015년 8월 이후 1740일 만에 지난 시즌 챔피언 전북을 홈에서 상대한다. 포항-전북-울산을 만나는 시즌 초반 ‘지옥의 3연전’ 일정의 2번째 매치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 시즌 K리그2 최우수선수(MVP) 이동준에 빈치씽코, 이정협 등이 자리한 공격진이 전북을 상대로도 공격적인 모습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김보경 손준호 이승기 등 화려한 면면의 전북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박종우 김진규 호물로 같은 부산 미드필더들이 중원 싸움을 대등하게만 해준다면, 지난해 K리그2에서 73골을 넣은 부산의 ‘공격축구’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상주는 16일 오후 2시 홈에서 김병수 감독의 강원을 만난다. 강원은 1라운드에서 FC 서울을 3대 1로 잡았다. 60%대의 볼 점유율과 최고 패스성공률(87.8%)에 ‘라인브레이커’ 김승대까지 더한 강원은 이번 경기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대되는 건 상주가 ‘병수볼’에 맞서 펼칠 반격이다. 진성욱-송승민과 함께 지난 경기에서 프로 통산 100경기를 달성할 문선민까지 자리한 상주 공격진은 단단하다. 게다가 상주는 최근 5경기 전적에서 강원에 3승 2패로 앞서있다. 양 팀이 경기 내내 빠르게 치고받는, ‘눈이 즐거운’ 경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