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쫓아낸 백신개발 국장 “역사상 가장 어두운 겨울이 온다”

입력 2020-05-15 13:06 수정 2020-05-15 13: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했던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의 사용에 반대했다가 축출된 전직 백신개발 책임자가 14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난맥상을 폭로했다.

미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BARDA)의 국장이었다가 지난달 국립보건연구원 한직으로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릭 브라이트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어두운 겨울이 온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이미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가 더 나은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비가 부족했으며, 중요한 조치도 제때 취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마스크 및 기타 개인보호 장비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드는 징후를 포착해 이를 복지부 고위층과 국가 물자비축 담당자들에게 여러차례 전했지만 묵살됐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전략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향후 12~18개월 안에 백신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는 백악관의 입장과 관련해 “모든 게 완벽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백신을 개발한 뒤 생산·공급하는 일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공평하게 관리하기 위한 전략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미국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고 이는 중요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이트 전 국장은 “우리는 국민들에게 진실해야 한다. 진실은 과학에 근거해야 한다”며 “과학자들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라이트 전 국장을 조롱했다. 그는 “아침에 청문회를 조금 봤다”며 “그냥 매사에 불만을 품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다. 솔직히, 몇몇에게 들었는데, 일을 잘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