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중도 사임 “8월 말 물러날 것”

입력 2020-05-15 05:18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중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WTO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제베두 총장이 이날 회원국 대표단과의 화상회의에서 오는 8월 31일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족과 오랜 상의 끝에 중도 사퇴를 결정했다고 WTO는 설명했다.

브라질 출신인 아제베두 총장은 2013년 9월 현직에 오른 뒤 2017년 9월 재임했다. 그의 정식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중도 사임하면 잔여 임기는 4명의 사무차장 중 한 명이 임시로 대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도 없고 모든 것이 멈췄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신임‧사무총장이 WTO에 절실히 필요한 힘을 불어넣길 바란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제베두 총장의 중도 사퇴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국과 중국 간 다툼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때에 WTO 사무총장이 중도 사퇴한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벨레는 최근 전 세계적인 보호주의 확산으로 무역 협상이 WTO를 통하는 대신 각국에서 이뤄지기 시작한 탓에 WTO의 영향력도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WTO는 다자 간 무역을 용이하게 하고 관련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왔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만들어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를 대체해 자유무역을 증진하기 위해 1995년 출범했다. 그러나 WTO는 지난해 말 분쟁 해결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면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상소기구 재판을 맡은 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미국이 차기 위원 선임을 계속 반대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한 뒤 불공정 무역 행위를 일삼았지만 WTO가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고 비판해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