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철거된다. 충북도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흔적 지우기를 시작한 것이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이시종 지사는 이날 오후 도내 각계 대표로 구성된 도정정책자문회의를 열고 청남대에 설치된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기본입장을 정했다.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산책로 가운데 전두환 대통령길과 노태우 대통령길의 명칭도 폐지하고 대통령기념관에 설치된 두 사람의 기록화도 역시 철거된다.
도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경호·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혜택은 박탈된다. 전·노 전 대통령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도는 동상 설립 당시의 대통령 역사테마공원 조성을 위한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의 취지와 맞지 않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동상, 대통령길, 기록화 등을 조속한 시일 내에 도민 중지를 모아 철거해 나갈 예정이다. 철거 시기는 도민 여론조사 등 공감대 형성과 관련 절차 등을 이유로 늦어도 7월쯤에 될 전망이다.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을 하고 “청남대 내에 설치된 전두환·노태우의 동상을 철거하고 그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5·18 40주년인 오는 18일 이전에 동상을 철거해 달라는 입장을 충북도에 전달하기도 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1983년부터 대통령 휴양지로 이용되다가 2003년 4월 18일 충북도로 운영권이 넘어왔다. 충북도는 청남대에 2015년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했다. 청남대를 찾은 역대 대통령 6명의 이름을 딴 산책길도 만들었다. 전두환(1.5㎞)·노태우(2㎞)·김영삼(1㎞)·김대중(2.5㎞)·노무현(1㎞)·이명박(3.1㎞) 대통령길 등 6개 코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남대를 방문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고 탄핵 뒤 2017년 3월 파면 결정이 나면서 관련 산책길이 조성되지 않았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