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인도네시아의 야생동물 식육시장이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주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는 지금도 박쥐·도마뱀·쥐 등이 식용으로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 위치한 ‘토모혼 익스트림 마켓’(Tomohon Extreme Market)은 여전히 주 6일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토모혼 시장은 중국 밖에 위치한 대규모 야생동물시장 중 손에 꼽히는 곳이으로, 박쥐·뱀·쥐·도마뱀·개 등을 식용으로 팔고 있다.
식용 동물을 팔던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에서 코로나19가 번졌다는 관측이 나오며 중국 내 모든 야생동물 시장에는 폐쇄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어 토모혼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거래가 활발한 건 인도네시아인들이 야생동물 식용을 통해 질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박쥐는 천식 특효약으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도살된 채로 시장에 도착하지만, 찾는 이의 선호에 따라 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동물이 도살돼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토모혼에서 20여년간 정육점을 운영해온 한 주민은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박쥐고기가 가장 인기 있었고, 쥐와 비단뱀이 그 뒤를 이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환경·삼림부 산하기관에 따르면 술라웨시, 자바, 수마트라, 발리 등에 대규모 야생동물 거래시장 7곳이 있고, 그 외에 여러 곳에서 소규모로도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야생동물 시장 폐쇄 결정은 현지 관리들에게 달려있다”며 “당국은 지역 관리들에게 폐쇄를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모혼 지역 당국은 야생동물이 전통 음식의 주재료이자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폐쇄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 코로나19 신속대응팀 수석 전문가 위쿠 아디사스미토는 토모혼 시장을 두고 “동물 병원균을 위한 카페테리아 같다”며 정부에 야생동물 거래시장 폐쇄를 촉구했다.
토모혼 시장 인근 야생동물구조센터 관계자도 “야생동물 거래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우한과 같은 대유행병의 진원지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