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의 적 ‘거짓말·비협조·자가격리 위반’

입력 2020-05-14 17:38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인 접촉자 추적에서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거짓말’이었다. 역학조사를 받는 확진자의 거짓 진술은 감염 피해를 키우는 위험요소다. 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한데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자세도 마찬가지다. 자가격리 위반 역시 ‘방역의 적’으로 꼽힌다. 이런 행위들은 방역 활동에 혼선을 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역학조사 시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은폐하는 경우 미리 차단할 수 있었던 지역사회 감염이 오히려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태원 클럽 방문 후 확진 판정을 받은 25세 남성(인천 102번 확진자)은 거짓진술로 피해를 키운 사례다.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역학조사에서 학원강사로 일한 사실을 숨겼다. 3일 뒤인 12일에서야 학원 강의와 가정집 과외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사이 학원수강생 2명이 10일 교회 2곳에서 예배를 드렸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의 거짓말로 교회 신자 1050여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후 확진자의 거짓말 논란은 방역의 주요 변곡점마다 있었다. 31번 확진자는 당초 역학조사에서 2월 9일, 14일에만 신천지 시설을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같은 달 5일, 16일에도 신천지 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현재 진행 중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관련한 역학조사에서도 방문록 허위 기재, 연락 불응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4월 24일~5월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클럽을 방문한 5517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2500여명은 연락이 닿지 않아 접촉자 추적에 애를 먹고 있다.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았는데도 검사에 응하지 않거나 일부러 연락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2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방문록 허위 작성을 막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흥시설 출입 명부 작성시 QR코드를 활용하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방문자를 인식하는 블루투스 기술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명부를 적을 때 정확한 번호인지 현장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가격리 위반 사례는 지난 1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393건(384명)이 적발됐다. 자가격리지를 이탈해 안심밴드를 착용한 사례는 4월 27일부터 현재까지 30명이었다.

방역을 해치는 사례와 반대로 선제적인 신고로 추가 피해를 막는 긍정적 사례도 나왔다. 지난 4일 이태원 주점을 방문한 뒤 감염된 인천의 21세 남성은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아들의 이태원 방문 사실을 방역 당국에 알렸다. 이 남성은 이태원을 다녀온 다음날 인근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나 어머니의 빠른 대처로 병원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