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후 자금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원래 메트로폴리탄이 하려던 상조회 인수를 내가 대신하게 됐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사실상 동업관계였던 메트로폴리탄 김모(47) 회장의 행적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김 회장의 범행 규모가 김 전 회장보다 더 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상조회 인수에 나설 때 ‘메트로폴리탄이 상조회 인수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사정이 생겨 내가 대신 진행하게 됐다’는 취지로 주변에 말했다. 메트로폴리탄은 지난해 11월 상조회 인수에 나섰었지만 라임자산운용과 관계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인수에 실패했었다. 이후 김 전 회장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 1월 상조회 인수에 성공했다. 향군 측은 컨소시엄이 김 전 회장과 관계가 있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이외에 또 다른 배후 인물이 인수를 주도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지난 2월 메트로폴리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메트로폴리탄 김 회장이 인수에 나섰던 과정도 복원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했다. 국민일보가 등기에 올라 있는 서울 마포구 메트로폴리탄 사무실을 찾았지만 해당 건물에 사무실로 보이는 공간은 없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검거됐지만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 회장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본다. 메트로폴리탄은 앞서 라임으로부터 3000억원을 투자받아 필리핀 리조트 인수,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투입 자금 대부분이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로 평가된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경찰청을 통해 인터폴 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검찰은 우선 김 전 회장과 함께 향군상조회 인수를 주도했던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H사 장모 대표 및 박모 전 향군상조회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대표는 향군상조회 부회장으로, 김봉현 전 회장은 향군상조회 회장으로 불려왔다고 한다. 다만 김 전 회장은 향군상조회 사무실에는 온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향군상조회 인수 과정에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방침이다. 향군은 보도자료를 내고 “어떤 세력도 매각 과정에서 로비를 하거나 업무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스타모빌리티 이모 대표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 대표는 앞서 김 전 회장이 스타모빌리티 자금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의 혐의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6년 김 전 회장에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소개시켜줬고, 김 전 회장이 해당 의원에게 ‘맞춤 양복’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