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놓고 엇갈린 의료계… “경제적 논리 불가 vs 시대적 흐름”

입력 2020-05-14 17:23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를 놓고 의료계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 건강에 경제적 논리를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강경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일정 부분 현실적으로 진행된 만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엇갈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환자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진으로 인한 피해를 놓고 책임 소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의료는 원양어선이나 격오지 등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곳이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접촉하면 위험해지는 감염병의 특성상 비대면진료를 자구책의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던 것인데 이를 원격의료에 대한 국민의 호응이 높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면 방성민 대한병원협회 기획정책국장은 “병원에서의 감염 우려 등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전화진료와 같은 비대면진료가 이뤄지는 것이지 진료원칙 자체가 바뀌는 게 아니다”며 “의료서비스 공급 체계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했을 때 또는 사태 이후 포스트코로나에서 이것을 제도화할 것인지 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시대의 흐름을 보면 비대면진료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시스템과 수가 등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성질환자에게 이전과 동일한 약을 처방했다 해도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거나 하면 책임 소재 문제가 생겨 의사 입장에선 (원격의료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환자의 얼굴을 보며 진료할 수 있는 화상시스템과 같은 장비 구축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전화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2월 24일부터 지난 10일까지 3853곳의 의료기관에서 26만2121회의 전화상담 및 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서 발생한 진료비는 총 33억7437만원에 달했다. 정부는 전화진료가 대면진료보다 난이도가 높고 별도의 인력과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전화진료를 시행한 경우 진찰료 외에 ‘전화상담관리료’를 진찰료 30% 수준으로 추가 적용했다.

김영선 최예슬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