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 ‘인권법센터 인턴’ 의혹, 엇갈리는 법정 증언

입력 2020-05-14 17:16 수정 2020-05-14 20:03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가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조씨와 함께 인턴십 확인서를 받았던 동창들은 법정에서 조씨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반면 당시 센터 사무국장은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거나 잘못된 기억에 따른 증언을 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14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 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김모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김씨는 당시 직인 관리와 인턴십 확인서 발급을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조씨가 한영외고 3학년 때인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 참석하거나 준비 과정을 도운 일이 없었고 인턴십 확인서도 허위라는 입장이다. 조씨의 동창 두 명은 지난 8일 공판에서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내놨다.

그러나 당시 센터 사무국장이었던 김씨는 조씨가 다른 남자 외고생 2명과 세미나에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씨는 “세미나에 왔던 학생들 중 조씨가 있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당시에는 그 학생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는데 조국 교수의 딸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고 답했다.

검사는 “세미나 당시 조 전 장관 딸인 걸 몰랐다면서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씨는 세미나 직후 식사자리에서 조씨가 자기소개를 해서 기억한다고 답했다. 검사는 김씨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세미나 당시 조 전 장관 딸인 줄 몰랐고 본인이 소개하지도 않았는데, 언론에서 사진이 나오는 것을 보니 조씨인 것 같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자 김씨는 “법정진술이 맞다”며 검찰조서의 진술을 뒤집었다.

김씨는 진술이 오락가락하다 재판장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엔 “조씨가 고등학교 3학년이고 이름을 말한 것만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다 “(조씨가) 조국 교수 딸이라고 했다는 것이냐”는 검사 질문에 “제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언론에서 조국 교수 딸이라고 계속 봐서. 기억이 기억이라고 할 수 없어서”라며 말을 흐렸다. 이에 재판장은 “증인이 왜 모든 경우를 다 말하고 있느냐”며 “아까와 지금 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진 재판부 질문에서 “잘 모른다”는 등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김씨는 세미나 당일 다른 대학원생 등 행사요원들이 영어안내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조씨 등 외고생 3명에게 통역을 맡겼다고 했다. 그런데 김씨는 이들의 영어 실력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가 “뭘 믿고 시킨 것이냐”고 물었지만 김씨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조씨 인턴확인서에 ‘2009년 5월 1~15일 기간 동안 인턴으로 활동했다’고 적힌 내용을 어떻게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도 김씨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김씨는 “(본인이) 직인을 찍을 때 세미나 당일 참석만이 아니라 그전부터 활동해왔다는 내용이 확인서에 적혔는데 확인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냐”는 재판부 질문에 “(확인)안했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