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으로 부상한 원격의료를 놓고 당정청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격의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됐지만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 온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에 얼마나 허용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당정청은 허용 범위를 놓고 연일 다른 발언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의료 육성을 띄우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원격의료 등 비대면 산업 규제 혁파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을 놓고 연일 엇갈린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지난 7일 “한국형 뉴딜에서 비대면 관련 의료는 시범사업 대상 확대와 인프라를 보강하는 내용에 국한한다”며 “원격의료의 제도화는 아니다”라고 허용 범위를 축소했다. 그런데 불과 6일 만에 청와대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지난 13일 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에 대해 과거에는 부정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를 하면 소규모 병원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불가피하게 해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언급한 것이다.
그러자 김 차관이 다시 수습에 나섰다. 김 차관은 바로 다음 날인 14일 제3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김 수석 발언과 제 발언이 방향성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기재부도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혼선은 끝나지 않았다. 김 차관 발언 이후 당청이 또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곧바로 “김연명 수석의 얘기는 코로나19 때문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비대면 의료가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원격의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의 얘기다”라고 반박했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수석부의장 또한 “오전에 확인한 것에 의하면 청와대도 (그런 기류)가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허용 범위에 대해 당정청 간에도 조율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 내에서도 미묘한 시각 차이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김 차관의 ‘선 긋기’ 발언 이후 홍 부총리와 의견이 다소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원격의료는 종합병원이 수혜를 입고, 소규모 의료 기관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료산업화·영리화’로 민주당이 반대해왔다. 대한의사협회도 원격의료에 강하게 반발해 지난 2014년 총 파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