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A씨(30)는 최근 소액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은행 지점끼리 멀리 떨어져 있어 상품을 비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직접 은행에 방문하기도 왠지 꺼려졌다. 고민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한 업체의 ‘온라인 대출 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소개받았다. A씨는 비대면으로 상품을 쉽게 알아본 건 물론 기존의 받으려던 대출보다 0.5% 포인트 정도 이자 금리를 절약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광받고 있는 언택트(untact·비대면)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서비스에 대해 최대 4년간 인가·영업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14일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1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총 102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기업별 서비스 지정 비율은 핀테크기업이 54건(53%)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금융회사 39건(38%), 정보기술(IT)기업 6건(6%), 공공분야 3건(3%) 순이었다. 서비스 분야별로는 은행 관련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15건), 자본시장(15건), 대출비교(14건), 카드(13건), 데이터분석(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혁신금융서비스 중 눈에 띄는 건 역시 비대면 서비스다. 금융위에 따르면 여러 핀테크 업체의 온라인 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실행된 대출규모는 약 60억원이고, 3300만원 가량의 대출 이자가 절감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대출 조회 및 신청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계좌 개설 서비스도 금융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도입됐다. 한화투자증권에선 고객 신분증과 얼굴 사진을 대조하는 등의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본인 인증만 하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삼성화재의 ‘페이퍼리스(paperless) 계약’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바 있다.
매달 카드 결제대금, 적금 납부로 수중에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조사가 생긴다면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로 결제한 현금을 지인으로 송부하고, 다음번 결제일에 대금을 납부하는 식이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계기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례로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도 통신료 납부 내역을 제출하면 상향된 신용평점으로 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그런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비금융정보도 신용 평가에 활용하는 추세가 강화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오히려 제도권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대출받는 등 ‘혁신을 통한 포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