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종 괴질이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위독했던 14세 소녀가 약 1주일의 투병기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사연의 주인공은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초등학교 8학년인 레아(14)양이다. 레아는 약 1주일 전에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심부전 증세로 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뒤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미 ABC뉴스가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집에 머물던 지난주부터 레아는 며칠 간 아팠다. 그는 “눈이 충혈돼 빨갛게 물들었고 이상한 통증이 몰려왔다”며 “정말 무서웠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상태가 악화되자 레아는 병원에 가야겠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몸 상태가 너무 이상하다고 느낀 레아는 엄마에게 병원에 데려가라고 부탁했고, 엄마와 레아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레아의 주치의인 랜달 아동병원의 마크 부홀츠 박사는 “레아의 치료 사례는 코로나19 괴질에 대한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레아와 가족의 신속한 내원 결정을 칭찬했다.
ABC는 레아가 목숨을 건진 것은 이 같은 신속한 판단과 행동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영국, 미국 등지에서 각각 100명 넘는 어린이가 해당 괴질에 걸렸으며, 뉴욕에서만 102명이 감염돼 5명의 어린이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아는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는데 다행히 주치의는 해당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부홀츠 박사는 “레아가 발열, 충혈된 눈, 복부 통증, 30~70을 오가는 초저혈압 증상을 앓고 있었다”면서 이를 ‘소아 다계통 염증 증후군’(PMIS)으로 판단했다.
부홀츠 박사는 “레아를 1차 진료한 의사도 PMIS에 대해 잘 알았다”며 “의료진에게 전화를 걸어 신속히 응급실로 보냈다”고 말했다.
ABC뉴스는 해당 괴질이 어린이들에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기존 연구인데 미국 15개주와 영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등 최근 양상은 다르게 흘러간다고 소개했다. 레아는 오리건 주에서 최초로 보고된 환자이다.
이 질병은 코로나19와 관련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의학적인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레아는 코로나19에는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항체에는 양성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레아가 감염 경험이 있음을 뜻한다. 부홀츠 박사는 “그녀는 코로나19 증상과는 무관하며 격리실에서 완벽하게 치료 중”이라고 덧붙였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해보면 괴질 환자의 60%는 감염 양성이 나오고 40%는 항체 양성이 나온다”면서 “괴질에 앞서 몇 주 전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입원 이후 레아는 혈액 희석제와 혈청 성분인 면역 글로불린 주입을 포함한 치료를 받으면서 믿기 힘들만큼 상태가 호전됐다.
레아는 “사흘, 나흘 만에 몸 상태가 부쩍 좋아졌고 힘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또한 “내가 세상에서 없어질 수도 있었는데, 도움을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에 부크홀츠 박사는 “그녀는 폭풍우를 이겨냈다”면서 모든 것은 레아가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온 덕분이라고 했다.
레아는 “나는 정말 건강한 소녀다. 지금은 하나도 안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레아는 아직 PMIS에서 완치되지 않았다. 주치의는 “입원하고 5~6일 동안 열이 있었고 복부통증, 호흡곤란 증세가 지속됐다. 눈 충혈, 무기력 증세는 아직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신들은 이번 코로나19 변종 질환이 가와사키병과 유사하다고 분석한다.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괴질 환자들은 대개 고열과 발진, 안구충혈, 통증을 겪는다. 이에 더해 심한 경우에는 심장 동맥에 염증이 동반된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급성 발열을 동반한 심장이상 증세는 전형적인 가와사키병 증상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의 증상인 폐질환이나 호흡곤란과는 거리가 멀다.
현지 의료진은 위 증상들이 주로 5살 이하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가와사키 증후군과 유사하지만 확인된 환자 중에는 나이가 16세인 경우도 있고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특이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정말로 불안한 괴질”이라며 “부모들이 알아둬야 할 일이기 때문에 밝힌다”고 13일 브리핑에서 호소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