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혈액 응고를 막아주고 급성 췌장염 치료에 쓰이고 있는 ‘나파모스타트’ 성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매우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갖는다는 사람 폐세포 실험결과가 나왔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보다 효능이 수백 배 뛰어난 수준이다.
아직 세포실험 단계 결과이긴 하지만 향후 임상시험을 거쳐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항응고 및 항염증 치료 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매우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나파모스타트는 연구소가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분석한 약 3000여종의 후보 약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능을 보였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침투 시 뾰족한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과정에 ‘TMPRSS2’라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한다는 최근 독일 연구결과를 참조해 TMPRSS2 억제 약물인 나파모스타트의 효능을 본격 연구했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원숭이의 신장세포 대신 사람의 폐 세포를 활용해 항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하고 결과를 비교 검증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용체 ACE2와 단백질 분해효소 TMPRSS2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에 들러붙은 후 세포막과 융합되기 위해서는 TMPRSS2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 TMPRSS2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0개 병원이 참여한 연구자임상시험(총괄책임 경상대병원 감염내과 배인규 교수)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거쳐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 일본 등 해외에서도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다.
류왕식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렘데시비르보다 세포 수준에서 수백 배 높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종식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나파모스타트는 원래 항응고제로 사용되어온 약물이므로 코로나19에 의한 혈전 등 폐렴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